자국업체 보호주의 강화, 中업체 약진…현실적 대응 카드 없인 변화 기대키 힘들어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 자동차 업체 BYD의 전기 크로스오버차량(CUV) 'e6' / 사진=뉴스1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봉합되는 분위기에서도 여전히 한국 업체들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현실성을 높여가고 있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중 정상 회담이 올해 마지막 기대 요소지만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 중인 전기차 산업내 배터리의 중요도를 감안할 때 한국 업체들은 회의적이다.

1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최근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을 발표했다. 전기차 보조금 명단으로 불리는 이 명단에서는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사드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간 이후 두 번째로 발표한 명단이기에 한국 업체들에게 실망감도 컸다.

국내 업체들은 사드 이슈에 가려져 있던 본질을 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에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은 사드 갈등 이전에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 배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그 이전에도 중국 정부로부터 배터리에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을 획득하지 못했다.

중국 공신부는 지난해 5월 중국내 배터리 공급 업체들은 전기차 모범기준 인증을 받도록 했다.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물론 일본 등 배터리 업체들이 인증을 신청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업체들도 인증을 신청했으나 획득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 기준에 직면하기도 했다. 현지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자국 산업을 위해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배터리 품질에는 크게 연관이 없는 공장 설립 1년 이상이라는 조건이 포함되기도 했다. 여기에 인증 기간이 늘어지면서 사실상 한국 업체들의 인증에 어려움이 생겼다. 이후 사드 이슈가 부각되면서 노골적인 한국 업체 제외가 이어졌지만 사드 이슈 이전에도 배터리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국 업체들이 배제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약진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서 집계한 2016년 한해 동안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50만7000대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45%에 달한다.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셈이다. 여기에 배타적 시장 환경 덕분에 중국 배터리 업체도 성장세를 키우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배터리 출하량 기준 글로벌 10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절반이 중국 기업이었다. 상위 5개 업체 순위에서도 일본 업체인 파나소닉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2위와 3위는 중국의 CATL과 BYD가 차지했다.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는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배터리의 기술적 수준에서는 한국과 일본 업체에 비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생산량에서 성장을 이뤘다는 이야기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 육성을 염두하고 있는 한 한국 업체들이 들어갈 여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오는 13일 진행될 한중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변화에는 회의적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를 상대로 노력하고 있는 점은 인정할만 하지만 현실적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중국 입장에서도 보조금을 타국 업체에 지급하는 꼴이 될 수 있어 대대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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