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에 지급되는 소득만 세무조사?…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간 종교인들은 국가의 종교재정 간섭과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반대해왔다. 이런 요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철됐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3대 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신자인 이유가 컸다. 그러나 이런 기조는 국민개세주의와 조세평등의 시류(時流)를 결국 이기지 못했다.

정부는 종교단체가 우려하는 재정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또한 소득세 신고 역시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종교인에 대해선 근로장려금(EITC) 혜택도 주겠다고 했다. 종교계의 그간 우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잡음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행령 규정을 명확히 하면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전체 윤곽은 잡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는 있다.바로 세무조사 규정이다.정부는 종교인에게 지급되는 금품(사례비 등)과 종교활동과 관련한 회계를 따로 구분해 장부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면서, 종교활동(무료급식 등)에 쓰이는 부분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즉 목사, 스님, 신부 등 종교인들에게 지급한 금품 부분만 따로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부분이 가능할지 의문시 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간다는 의미는 종교인에게 지급된 사례비 등에 탈세가 의심된다는 것인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수입 장부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령 A종교단체가 소속된 B종교인에게 월 200만원을 지급했는데 국세청이 이를 과소신고(탈루)로 판단했다는 것은, 쉽게 말해 다른 부가수입에 대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뜻이다. 수입 장부 확인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애매한 세무조사 규정이 종교단체 소속 신도들에 대한 세무사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수입 장부 확인 과정에서 어떤 신도가 국세청에 내는 세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종교단체에 기부했다면 자금의 출처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종교인 과세 시행 후 이런 사례가 단 한건이라도 보고된다면 ‘기부회피’ 현상은 사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종교인들도 헌법상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세금 성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종교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고 현 정부는 진정한 조세평등을 실현한 최초의 정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국민개세주의와 조세평등에서 출발한 종교인 과세가 자칫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기관의 어떤 행위도 헌법이 보장한 종교자유를 해할 수 없다. 한 법학과 교수는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어떤 현상들이 벌어질지 예측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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