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진단 데이터로 학습…의료계 “인공지능 정신감정 머지않아”

사진=셔터스톡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이 인간의 감정까지 다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현재 우울증 진단은 물론 연애감정, 이혼 예측 등 다양한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은 조만간 우울증 진단 영역에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정신의학 의료계는 환자 진단 시 기록하는 대화 등의 데이터를 모두 모으고 있다.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정확도도 꽤 높아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우울증 진단을 내릴 전망이다.

국내에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최초로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 김영보 신경외과 교수는 “인공지능에서 정신과 영역은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문제기 때문에 가장 늦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며 “정신과 의사들이 그동안 환자에 관해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인터뷰했고 그것을 자연어처리하면서 인공지능이 우울증 유무와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우울하다’, ‘소화가 안 된다’, ‘식욕이 없다’, ‘잠이 안온다’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면 인공지능이 단어의 빈도나 상황을 파악해 우울증을 알아채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울증에 대한 처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교수는 “우울증 관련 약은 종류가 많지 않다”며 “처방에 대한 부분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공지능이 의료분야 중 방사선, 임상병리, 정신과, 암 진단 영역 등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확보가 많이 될수록 정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에도 인공지능이 쓰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우울증 증상을 개선해주는 챗본 ‘워봇’이 개발됐다. 워봇은 매일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기분과 에너지를 확인한다. 자학적인 사고에는 행동요법을 사용해 사고에 대처하도록 도움을 준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군장병 심리를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6월 한국융합안보연구원은 ‘국방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평소 행동과 습관을 분석해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알고리즘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 10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부부가 앞으로 이혼할지를 높은 확률로 예측하는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심한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의 대화 음성 자료와 부부의 관계 지속성 자료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음성과 관계 유지 기간만으로 인공지능은 이혼율을 예측해냈다.

인공지능은 사진 데이터로 동성애자를 판별하는 영역에서도 쓰여 논란이 일었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미국 데이트 사이트에 공개된 3만5000명 이상의 사진을 통해 동성애자 남성이 이성애자 남성보다 좁은 턱, 긴 코 및 넓은 이마를 가지고 있고 동성애자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큰 턱과 작은 이마를 가지는 등 특정 경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이 성적지향을 판별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지능에게 무작위 사진을 보여주고 성적지향을 맞추게 한 결과 남성은 81%, 여성은 74%의 정확도로 성적지향을 구분해냈다. 한 인물 당 사진을 5장씩을 보여주면 정확도가 남성 91%, 여성 83%까지 높아졌다.

다만 이 연구에 대한 인권 논란이 불거졌다. 상대방의 동의도 없이 사진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또 외모를 기반으로 사람의 정체성을 구분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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