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이후에도 지진 관련 예산 증액 미미…일회성 대안책 그만 내놔야

‘허리띠 조르기’ 국면에 들어갔던 국회와 정부가 내년도 ‘예산 주머니’를 다시 열고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 때문이다. 그런데 포항 지진보다 규모가 더 컸던 지난해 경주 지진 사태 이후 우리나라 정부를 돌이켜보면 이 또한 보여주기 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진 대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이후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2018년도 예산안을 뜯어본 결과 지진과 관련된 예산은 올해와 별 차이가 없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진 관련 대응을 총괄하는 재난안전본부의 내년도 예산은 약 9745억원이다. 이 중 지진 관련 예산은 전체 1%도 못 미치는 85억원으로 편성됐다. 세부적으로는 지진대비 인프라구축 약 20억원, 지진관련 연구개발(R&D) 약 42억원, 재난 전문인력 양성 약 16억원, 지진 시스템 유지보수약 7억원 등이다.

2018년도 지진대비 인프라구축 예산은 20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20억2300만원보다 700만원가량 늘어났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작 700만원 늘었다. 국회 행안위에 지진 관련 새 예산 증액안을 제출하려 한다.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내년도 지진 관련 예산이 오히려 더 줄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6일 국회 유재중 행정안전위원장(자유한국당)은 2018년도 지진관련 예산이 2017년 83억5900만원보다 22%(18억1300만원) 감소한 65억46만원 반영됐다고 밝혔다.

지진 관련 예산 증액이 계속 좌초되는 이유가 지자체 예산으로 떠넘기려는 중앙정부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의 내진보강 예산(지진대비 인프라구축 예산)을 335억원 신청했다. 그런데 그 중 6% 수준인 20억원정도만 반영됐다.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업무라는 기재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지진대비 인프라구축 예산은 지난 경주 지진 이후 올해 처음 생겨난 예산 항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예결소위에서 지진 관련 예산을 143억원정도 늘린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 전체회의까지 가 봐야 알 것”이라며 “문제는 기획재정부다. 국회서 예산 증액을 결정해도 기재부에서 승인을 해줘야 한다.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포항 시민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지진으로 불안해하고있다. 이번 만큼은 정부와 국회가 지진 관련 예산에 손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이제 안 통한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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