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등 시대 변화에 '부자전유물' 인식 바뀌어…"신탁자산범위 확대·불특정대상 광고규제 개선 절실"

은행권 신탁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산관리와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은행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 신탁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이미지=시사저널e
"신탁업을 부자상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보수적인 생각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은행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신탁은 그 변화 앞에 은행을 유연하게 해줍니다. 고객도 자산관리를 원합니다. 신탁이 역할을 할 겁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규제로 막혀 있습니다."

은행권에 신탁업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 신탁수익은 상품에 대한 은행 고객의 관심이 커지면서 매년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 신탁업은 아직 규제가 많다보니 신탁다운 고객 종합자산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권 신탁 수익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3분기 누적 신탁수수료이익은 562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4% 증가했다.

신탁은 고객이 금융사에 돈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위탁하면 해당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운용 관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신탁재산 종류는 금전·금전채권·증권·부동산 등 다양하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저축상품 이자가 낮아지자 은행 고객 중에 자산관리와 투자 목적으로 신탁을 이용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고객은 기본적으로 원금손실을 두려워하는 경형이 짙다. 하지만 최근 자산관리와 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 둘을 모두 갖춘 신탁상품을 찾기 시작했다"며 "은행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이 보수적인 은행 고객에게도 관심을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신탁수익 급증과 아울러 은행 ETF 거래대금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의 ETF거래대금은 2조7693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24.3% 늘었다. 이 거래대금 규모는 매년 늘었다. 지난해 은행 ETF거래대금은 4조5582억원을 기록 2015년(3조1562억원) 44.4% 급증했다.

이에 은행권에선 신탁업법 별도 제정 등 은행 신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은행이 자본시장법 아래에서 신탁을 맡길 수 있는 재산은 금전·증권·부동산 등 총 7가지에 국한돼 있다. 수탁 재산의 범위를 자산에 결합된 부채·영업(사업)·담보권·보험금청구권 등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경로가 모두 막혀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 홍보도 금지됐다.

은행 신탁부서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만들 수 있는 신탁 상품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며 "신중하게 신탁업법을 만들 필요는 있지만 지금처럼 은행의 신탁을 최소한으로 막는 모습은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 미성년후견신탁,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 등 고령화 시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시기에 고객에게 필요한 은행 상품은 저축보단 신탁이 잘 어울린다"며 "신탁자산 범위가 확대되면 더 다양한 신탁 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은행권 요구와 시대 변화에 따라 금융위원회도 다음달 중 신탁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에 포함한 신탁업 법규정 등을 신탁업법으로 별도 제정하는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 골자다. 다만 증권업계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고 기획재정부가 신탁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자 세금 감면'으로 인식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권 신탁부서 관계자는 "신탁을 부자들만 하는 것이 아닌 시대는 지났다"며 "금융권엔 최소가입금액 500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상속·증여 신탁상품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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