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감정에 피해는 소비자들 몫…검증의 칼날 날카롭게 해야

미술품 위작이 진품으로 둔갑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다. 진품에 버금가는 작품을 그려내는 실력의 위작가, 위작을 유통하는 중개인, 그리고 소비자에게 위작을 진품이라 믿게끔 만드는 감정가다.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가다. 감정가가 진품이라고 하면 위작이 진품으로 둔갑하고, 위작이라고 하면 진품도 위작으로 전락하게 된다.

 

19세기 들어 감정가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이전까지는 감정가의 주관에 따라 작품의 진위가 결정되고는 했지만, 독일에서 미술사 연구가 학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과학적 검증과 출처에 따른 진위 판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경자 미인도를 놓고 위작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우리나라 검찰과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은 온갖 과학 기술을 총동원해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X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디지털 컴퓨터 영상 분석뿐 아니라, DNA 분석까지 이뤄졌다. 위작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미술계에서는 작품을 감정이 아닌 검증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서는 반대로 검증의 영역이 축소하는 모양새다. 디젤 자동차 연비 조작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환경부는 이만하면 됐다고 믿는 듯싶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난달 17월 환경부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환경부가 독일 폴크스바겐그룹 측이 내놓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SW) 리콜 방안을 헐거운 기준으로 승인했다는 게 골자인데, 그 과정에서 SW 업데이트가 차량 내구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사를 미실시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 중 하나다.

 

하 변호사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보면 강제열화방식이 있다. 해당 부품을 단기간에 빠르게 소모시켜서 시험을 실시하는 내용인데 미국에서는 이 시험을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자체 시험을 하지 않고 폴크스바겐에 자체 시험 결과를 제출하라고만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자체 시험 당시 시험에 사용차량 선정이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환경부는 티구안 새 차를 갖고 배출가스 검사를 했는데,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상식적으로 기존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량을 갖고 시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의 감정에 가까운 검증 방식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술계처럼 뛰어난 기술을 갖춘 외국과 협업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검증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상이 속기를 원하니, 그렇다면 속여주마로마의 정치가이자 소설가 페트로니우스가 한 말이다. 미술계에서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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