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세대 편의점 현실화 속도 떨어져…“개발 늦어지면 기술 역수입할수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편의점에 고객이 입장하자 매장 안에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이 고객에게 다가간다. 매장에 들어설 때 본인인증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 고객의 구매이력 분석은 입장과 동시에 이미 완료됐다. 인공지능 로봇은 이 고객에게 신제품으로 출시된 ‘짬뽕라면’을 추천했다. 비오는 날에 주로 구매한 상품 이력을 분석한 결과다.

#편의점주는 매장 내 인공지능 시스템의 안내에 따라 A상품을 손님들에게 가장 눈에 띄기 쉬운 위치로 옮긴다. 바로 전날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에 해당상품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기 있는 아이돌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시태크 등을 분석해 여고생들의 구매가 예상되는 상품들을 점주들에게 안내한다.

차세대 편의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미래 편의점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점주들의 도우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최대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편의점업계가 오래 전부터 투자를 시작했고 후발주자인 중국도 차세대 편의점 시장에 뛰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차세대 편의점 상황은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일본 편의점 체인업체인 ‘로손’은 차세대 편의점 개발상황을 언론에 공개했다. 로손의 차세대 편의점 핵심은 신용카드나 현금이 필요 없는 자동결제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상품에 부착된 전자태그를 인식하고 고객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를 완료한다. 여기까지는 기존 무인 편의점과 다를 바가 없다.

백미는 손님이 매장을 나간 다음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 매장을 다녀간 고객들의 구매이력을 축적해 빅데이터화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시스템은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모니터링해 자료를 모으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는 고객의 재방문 때 추천 상품을 안내하거나 점주에게 어떤 상품을 발주해야 될지 알려준다. 편의점 본사 MD(상품기획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실패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중국 소매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 ‘허마’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고 있다. 허마 역시 기반은 고객의 흔적을 기록하고 축적한 빅데이터다. 넓은 지형 특성상 지역별 니즈가 다양하고 뚜렷한 중국의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물건을 팔지 빅데이터로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편의점 업계는 이들 국가에 비해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올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이 ‘핸드페이(손바닥 정맥정보를 활용한 자동결제시스템)’ 무인편의점을 열었지만 빅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을 제외한 국내 다른 편의점업체들은 최근에서야 무인편의점 시장에 도전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세븐일레븐의 무인결제시스템이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롯데카드 등 롯데 계열사 4곳에서 인력 500여명을 투입한 결과물다. 결국 이른 시일 내에 국내 다른 업체에서 당장 무인편의점 확산 현상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편의점은 생각보다 이른 시일내에 업계를 점령할 수 있다. 개발 늦어지면 결제, 빅데이터화 등의 기술을 역수입해야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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