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명시적 청탁 인정해야” vs 삼성 “증거재판주의 원칙 어긋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12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은 개별현안과 포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 존부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은 1심에서 인정된 묵시적 청탁 외에도 명시적 청탁까지 증거에 의해 확인됐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은 청탁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1심은 형사재판의 기본인 증거재판주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12일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예고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진술조서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양측에 10분간 모두진술을 허락했다.

모두진술은 양측이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알리는 것으로 검사는 공소 요지를 진술하고, 변호사는 자기 입장이나 신념을 밝힌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은 대통령 단독면담과 말씀자료, 안종범 수첩에 명확하게 기재됐다”며 “그런데도 1심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검 측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예시로 들었다. 특검은 “2016년 2월 12일자 안종범 수첩에 금융지주회사 전환문제가 기재돼 있는데, 같은 해 2월 15일 이후 삼성생명 외에 다른 회사가 금융지주 전환을 신청한 회사가 없다”면서 “1심이 삼성생명이라는 구체적인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명시적 청탁을 부정한 것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재단 후원금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정유라 승마지원을 약속 등 유착 관계가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재단 지원을 요구받았다”면서 “재단 지원 문제는 경영권 승계라는 대가, 그리고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계열사 주주와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이 부회장의 형사처벌을 줄이기 위해 많은 허위 진술을 하는 등 법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자세가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 측은 “비법률적이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1심 판단을 비판했다.

변호인단 이인재 변호사는 “1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 안 하면서도 포괄적 현안인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며 “개별 현안을 떠난 포괄 현안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이 사건에서 대통령이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삼성이 수동적인 지원행위를 했다거나 대통령이 청탁을 받고 권한 행사를 했다는 사실이 없다”면서 “삼성그룹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은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심은 개별현안 일부만을 보고,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승계 작업에 대해 묵시적 청탁의 대상으로 규정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임의대로 구성된 청탁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진다는 점에 대해 의문”이라고 덧붙엿다.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성립하기 위해서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엄격한 해석과 증거재판주의가 밀려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과 정경유착 사건의 본보기가 된 비법률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양측은 1심에서 진술거부권 고지를 안 했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박상진 전 사장에 대한 진술조서, 증거능력이 인정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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