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일부 중소상공인단체 “주말 의무휴일, 전통시장 도움 안돼” …“규제 더 강화해야” 반론도 나와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살리기를 목적으로 마련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도입된 지 5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더라도 소비자 발길이 전통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 유통업계와 일부 중소상공인 단체들 쪽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말에 시행되고 있는 의무휴일제를 평일로 옮겨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규제 피하기 꼼수’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직능·중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외식업중앙회 등 300여개 중소 자영업자단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형유통사업자와의 상생협력 공동 언론 발표’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한국체인스토협회 회장인 이갑수 이마트 대표도 참석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지정한 지역이 수요일로 정한 지역보다 전통시장 소비 감소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게 이들 단체들의 주장이다. 즉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전통시장 매출 역시 줄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현행 주말 의무휴일제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두 곳 모두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평일로 휴업일을 옮기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은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결국 불편을 겪는 것은 소비자다.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중 의무휴무제로 전환한 지역의 경우 지역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대기업과 소통을 통해 주말 의무휴무제를 주중 의무휴무제로 변경하는 것을 상호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울산광역시와 경기도 안양시·안산시, 강원 원주시, 충북 충주시, 충남 보령시, 경북 구미시, 제주 제주시 등 전국 26개 지방자체단체는 휴일로 한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평일로 전환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앞으로 골목상권과 대형마트 규제 등을 놓고 상생을 위한 대화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이해당사자들의 지속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형마트는 중소상공인 여러분들과 서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상생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말 의무휴일제를 고수해야 하고 현재 제도상 기준인 월 2회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월 4회 휴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 4회 의무휴일제를 담은 개정안이 국회서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에 대해 △의무휴업일을 현재 월 2회서 월 4회로 확대 △유통시설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도시계획 단계부터 지자체 심사 △인접 지자체와 합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다.
지금보다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 개정안은 이달 내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개정안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법안 발의 후 내년부터 제도를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