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다른 항목에 넣어 회계 처리”…투명 공개 필요 지적도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 중 회계처리에서 접대비 항목이 없는 회사들이 있어 의혹을 낳고 있다. 이 업체들은 판매관리비의 ‘기타’ 등 다른 항목에 접대비를 포함시켜 처리하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 중 올해 상반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제약사들 중 접대비 항목이 없는 업체는 녹십자와 종근당, 한독, 보령제약,  동화약품 등​ 5개사다. 

 

이들 제약사 중 연락이 닿지 않은 동화약품을 제외한 4개사는 접대비를 독립시키지 않고 다른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일부 업체는 따로 항목을 떼 구성할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접대비 규모가 적다는 주장이다.  

 

우선 녹십자는 ‘기타’ 항목에 접대비를 넣어 처리하고 있다. 개별 항목을 구성해 회계처리하는 것은 기업들 권한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녹십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판매비와 관리비에 소속된 ‘기타’ 금액은 59억12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지난 2015년 63억1200만원에 비해 4억원 하락한 수치다. 녹십자는 구체적 접대비 금액에 대해서는 확인을 유보했다. 

 

종근당도 역시 판매비와관리비의 세부 항목인 ‘기타’로 접대비를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다. 지난해 기타 항목 금액은 104억2983만원이다. 지난 2015년의 104억5298만90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접대비 규모에 대해서는 종근당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독의 경우 접대비 규모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회사 역시 다른 제약사와 유사하게 기타판매비와 관리비에 접대비를 포함시켰다. 

 

기타판매비와 관리비는 직원들 교통비와 회의비 등 잡다한 항목들이 있는데, 올 상반기는 66억7109만5000원이다. 이 금액에 접대비가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한독 판관비 중 가장 금액이 작은 항목은 판매수수료로 올 상반기가 13억2559만2000원이다. 접대비가 이 금액보다도 적어 다른 항목에 합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한독 주장이다.   

 

보령제약도 다른 제약사와 동일하다. 판관비 항목 중 하나인 ‘기타’에 접대비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타’ 금액은 167억5477만5087원이었다. 이중 상당수가 접대비로 추정된다. 보령도 자세한 접대비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회계처리에서 접대비 항목이 없는 제약사들은 대부분 판관비 중 ‘기타’ 항목에 넣어 발표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제약사들도 접대비 규모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상반기에만 35억497만6000원 접대비를 쓴 한미약품이 1위를 기록했고, 600만3000원을 보고한 JW중외제약이 꼴찌를 차지했다. 

 

각 제약사가 처한 상황과 자금사정이 천차만별인 상황이 접대비 사용 규모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단순히 접대비를 많이 쓴 한미약품이 부도덕한 기업이고 상반기 2445억원 매출로 600만원 접대비를 사용한 JW중외제약을 모범기업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한미약품의 경우 접대비 중 30억여원은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액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상장회사라면 접대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영상황 등 모든 것을 오픈하는 상장사가 금액이 적더라도 접대비 항목을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액이 적어 다른 항목에 포함시켰다는 주장은 접대비 600만원을 쓰고 공개한 JW중외제약 사례에 대비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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