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 단계적 인상 계획에도 시장 반응 ‘쑥쑥’… “연초 가격 올려도 계속 이용”

20일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광화문 스토어. 세금 부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장 방문객은 한 달 전 방문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히츠(아이코스용 연초 담배) 가격 인상과 유해성 여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직원에게 아이코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갈아 탈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기자가 아이코스 광화문 스토어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아직 히팅 디바이스(담배를 찌는 충전형 전자장치) 할인 행사도 진행되고 있고, 주변에서 많이 (아이코스로) 갈아탔기 때문에 구매했다. 저는 오히려 늦은 편이라면서 히츠 가격이 오른다고 하지만 당장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구매에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이코스(IQOS)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개장도 하기 전에 길게 줄을 서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반담배의 80%까지 올리고, 추후 100%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가격 인상이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 기존 인기도 그대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아이코스는 당시부터 가격 논란에 시달렸다. 아이코스의 경우, 히팅 디바이스 가격은 12만원(할인가 적용 후 구매가 97000), 히츠는 한 갑에 4300. 경쟁사 BAT(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글로의 네오스틱 역시 4300원이다. 히츠와 네오스틱 모두 일반 궐련 담배와 같이 담뱃잎을 사용해 별반 차이가 없지만 세금은 이에 절반 수준인 탓에 출시 이후 가격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에 국회는 세금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다가오는 21일 전체회의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인상과 관련한 개별소비세 개정안의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의결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에 올라간다.

 

앞서 지난달 22일 기재위 조세소위는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한 갑당 594원의 개소세를 부과하겠단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연초 고형물 1g 51원의 개소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 법안은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된다.

 

가격 상승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는 지금처럼 오름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국내서 아이코스의 인기는 타 출시국과 비교했을 때 돌풍수준이다.

 

지난 19일 발표한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최근 미국 보스턴서 열린 컨슈머 컨퍼런스에서 8월 마지막주 기준 서울시장 점유율이 5%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전국 단위 시장점유율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나라보다 먼저 아이코스 판매를 시작한 유럽 등지보다 시장 장악 속도가 빠른 것이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유럽 국가들은 아이코스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이 1%에 미치지 못한다. 이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에 8월 담배 수입액도 430%나 늘었다. 비록 점유율 집계가 서울에 한정되긴 했지만, 3개월만의 성적으로는 출시 대박이 맞다.

 

KT&G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특허출원 및 심사를 지난해 마무리한 상황이다. 이만큼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 대체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가격인상이 이같은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소비자 구매 의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보니 전반적으로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존 이용자 역시 변심보단 고수를 택했다. 아이코스를 사용한 지 1달여째를 맞은 유아무개씨(34)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계속 아이코스를 사용할 것이라면서 냄새가 안 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쁘기도 하다. 일단 디바이스를 사기도 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다시 일반담배를 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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