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미칠 요인 제한적, 스마트폰 혈투에 영업익 증대 전망…애플 참여도 호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 모습. / 사진=뉴스1

“설사 인수가 무산돼도 호재는 많다.” 최근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나선 SK하이닉스를 두고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현실이 그렇다. 인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익 4조원 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반드시 SK하이닉스에 불리한 일인 건 아니다. 업황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해석에 무게감이 실리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펼쳐지는 스마트폰 대전도 실적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는 낸드플래시 의존도가 높은 애플이 한미일연합에 참여한 이유기도 하다. 결과야 어찌됐건 SK하이닉스와 애플 사이의 접점이 늘어난 점도 나쁠 건 없다.

18일 관련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는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연합으로 불리는 컨소시엄과 본계약 체결 방침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도시바가 20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사모펀드 베인 캐피털과 SK하이닉스, 애플,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하는 한미일연합과의 매각 계약을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보도대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 측도 그간 도시바가 스스로 정한 마감시한을 몇 차례 어겨왔다는 점을 꼬집었다. 애초 6월 한미일연합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에도 여러 차례 상황이 바뀐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외신에서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하는 ‘신미일연합’이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보도했었다.

일각에서는 낸드플래시 호황을 틈타 도시바가 의도적으로 몸값 올리기 작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실제 한미일연합은 막판 애플을 끌어들여 인수가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나섰다. 이 때문에 판세는 일단 20일 이후에나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설사 최악의 상황이 닥쳐 신미일연합으로 도시바 메모리가 넘어가도 반드시 SK하이닉스에 나쁜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업황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신미일연합이 인수해도 반독점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러는 와중에 최근 공세적 투자를 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독자적으로 도시바 점유율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전문 애널리스트인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혹은 중기적으로 업황이나 구도가 더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황은 당초 예상보다 더 좋아 하반기 실적이 상향될 여지가 있다”면서 “WD가 도시바를 가져가도 현재 상황에서 크게 바뀌는 게 없고, 도시바와 WD 임직원 간 감정적 갈등 탓에 시너지 효과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2월 2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2017년 정기총회'에 참석해 개회선언을 하는 모습. / 사진=뉴스1

SK하이닉스가 분기마다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3조 8000억~9000억원, 4분기에 4조 10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고속성장의 동력 중 하나는 스마트폰 혈투다. 9월을 기점으로 각 업체 간 플래그십 스마트폰 경쟁이 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가 모두 각광받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바일과 PC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사물인터넷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며 “모바일과 PC의 합산 수요가 D램과 낸드 공급 증가율을 크게 밑돌지 않으면 업황의 수급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30억 달러 투자까지 고려하며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제품 하나당 포함되는 낸드플래시 용량이 늘고 있다. 중국 업체들까지 프리미엄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앞으로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D램 강자인 SK하이닉스는 최근 낸드플래시 기술력도 늘리면서 업계 내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애플의 경우 낸드플래시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분야 점유율 1위가 삼성전자다. 애플 입장에서는 안정적 공급처 확보나 삼성전자와의 가격협상 카드로도 30억 달러 투자가 의미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애플의 ‘한미일연합’ 참여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구석이 있다. 일단 애플과의 장기적 협력을 위한 접촉점을 늘렸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아이폰X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중 25%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일정하게 ‘탈(脫)삼성’ 행보를 보인 점은 추격자인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물론 가장 좋은 그림은 한미일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확보’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도 최종 결과가 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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