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 농약 살포 추정, 항목명 안 밝히는 정부…“항목 외 성분 나오면 대응 어려워”

17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의 한 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전국 1239곳의 산란계 농장에 대한 살충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27개 농약 잔류검사 항목에 대한 적절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닭의 진드기 발생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맹독성 농약을 섞어 쓰는 상황에서 27개 항목 외에 다른 성분의 농약이 검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는 탓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알리면서 27개 항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것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항목명을 제시하지는 않은 바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검출된 농약은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Bifenthrin), 에톡사졸(Etoxazole), 플루페녹수론(Flufenozuron) 등 총 4가지다. 

 

피프로닐의 경우 개와 고양이의 벼룩과 진드기 퇴치에 쓰고 닭에는 사용이 금지된 농약이다. 비펜트린 역시 진드기 제거용으로 사용된다.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의 경우 사과와 감귤, 수박, 배, 딸기, 도라지, 복숭아, 포도, 고추, 무화과 등 농산물에만 사용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산란계 농장에서 마구잡이식 농약살포가 이뤄졌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농업연구원 한 관계자는 “수 백가지 농약이 있다. 27개 항목 외에 다른 농약이 살포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식약처가 지난 2012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식약처는 427개의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을 제시했다. 만약 일각의 우려대로 27개 항목 외에 다른 농약이 살포·투여됐다면 이번 전수조사는 하나마나한 조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살충제 산란계 농장의 전수 조사를 담당하는 농림부와 식약처는 27개 항목이 어떤 기준에 의해 지정됐는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27개 농약의 항목명을 알려달라는 시사저널e 취재진의 요구에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인력 부족으로 언론의 모든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만약 이번 조사에서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는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날 대전의 한 농장에서 검출된 에톡사졸의 경우 농작물의 진드기와 거미 등 응애류를 없앨 때 사용하는 살충제다. 가축 등 동물에서 미량이라도 검출돼서는 안 된다. 이에 보건당국의 이 농약이 인체에 어느 정도 유해한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 전수조사에서 27개 항목 외에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농약이 검출된다면 대응책은커녕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불가피하다.

육홍선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피프로닐의 경우 연구가 많이 돼 있다​면서 ​만약 알려지지 않은 다른 성분이 나오면 문제가 커진다. 어떤 성분을 발견해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5~10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육 교수는 이어 “평소 계란을 많이 먹는 사람은 당분간 섭취를 자체했다가 연구결과가 확실히 나오고 나서 먹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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