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 '착한 과금체계' 외산게임에 열광…“이제는 상황 바꾸기 어려워”

리그오브레전드 이미지. / 사진=라이엇게임즈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PC방. 컴퓨터 모니터 속에는 다양한 게임들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게임 중 국산 게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다수 게이머들은 외산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과 ‘오버워치’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대학원생 김형민(26·가명)씨는 “과거에는 서든어택을 주로 플레이 했으나 최근엔 오버워치로 갈아탔다”며 “주변에서도 국산게임은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PC방에서 국산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2011년정도까지만 해도 국내 PC방 점유율 1위는 ‘아이온’, ‘서든어택’ 등 국산게임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PC방 점유율 1위와 2위는 전부 외산게임이다.

PC방 게임 리서치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9일 기준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은 LOL로 나타났다. 총 28.72%의 점유율을 차지한 LOL의 뒤를 이은 게임은 오버워치다. 오버워치의 경우 점유율 20.33%를 차지했다. 두 게임 모두 미국 개발사가 만든 외산게임이다. 이 두게임의 점유율을 합치면 50%에 육박, 사실상 PC방 방문객 2명 중 1명은 외산게임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국산 게임인 서든어택과 던전앤파이터는 각각 5.02%, 3.5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외산게임 점유율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한국은 과거 온라인게임 강국이었다. 콘솔게임이 주류를 이뤘던 외국과 달리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게임이 주류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에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이 꽃을 피웠고 특히 RPG 장르에 있어선 세계 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높은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12월 LOL이 한국에 출시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LOL은 AOS라 불리는 새로운 장르를 한국에 유행시켰다. AOS란 영원한 투쟁(Aeon Of Strife)의 약자다. AOS는 본래 ‘스타크래프트(Starcraft)’ 유저가 제작한 동명의 유저 제작 변형 게임(MOD)을 말한다. AOS 모드가 나온 이후 유저들은 비슷한 방식의 게임을 AOS 장르라 칭하기 시작했다.

AOS 장르는 전통적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의 실시간 플레이와 조작체계 및 역할수행게임(RPG)의 캐릭터 육성, 아이템 조합, 공성전 같은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LOL이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업체들도 LOL과 비슷한 AOS 장르의 게임을 여럿 출시했지만 LOL의 아성을 넘는데 실패한다.

LOL은 어떻게 한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게임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착한 과금 체계로 국내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과금 시스템은 부분유료화였다.

과거 초창기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월정액이 대표적인 과금 방식이었다. 월정액은 일정 금액을 매달 납부하는 방식이다. 국내 업체들은 월정액 요금으로 대부분 2만∼3만원 정도를 책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저들의 과금 부담은 크지 않았다. 월정액 요금만 내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속 캐릭터가 강해지기 위해선 단지 시간만이 필요했다.

그러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획기적인 과금 방식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바로 부분 유료화다. 부분 유료화는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고 일부 아이템에 과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부분 유료화 역시 초창기에는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월정액처럼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매달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자, 순식간에 유저들이 몰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결국 유료 아이템 구매가 필수로 요구됐다. 문제는 여기에 들이는 비용이 기존 월정액 비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월정액 게임의 경우,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모든 유저가 동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반면 부분 유료화 방식에서는 많은 돈을 지불할수록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유저들은 많은 돈을 들이면서까지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지길 원했고, 이에 과금을 하지 않는 유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LOL 역시 부분유료화를 채택했다. 그러나 그 방식이 국산 게임들과 달랐다. 국산 게임의 경우, 앞서 설명했듯이 과금을 하면 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구조였다. 반면 LOL은 외형을 바꿔주는 아이템 등 게임내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아이템만 유료로 판매했다. 즉 돈을 많이 쓴다고해서 게임 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었다. 유저들은 열광했다. 특히 그동안 지나친 과금에 지친 유저들은 LOL로 속속 모여들었다. LOL은 출시후 얼마지나지 않아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외산게임에 점령 당한 온라인게임 시장 / 자료=게임트릭스

LOL은 지난 2012년 7월 주간 단위 PC방 점유율 1위(게임트릭스 기준)를 달성한 이후 2016년 6월 21일까지 총 204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오버워치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버워치 또한 LOL과 마찬가지로 착한 과금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오버워치는 사실상 첫 패키지 구매 이후 따로 과금을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다. 패키지를 구입하지 못했을 경우, 블리자드 제휴 PC방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캐릭터 치장 아이템은 게임 내 사이버 머니로 구입할 수 있으며, 레벨업을 할때마다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는 상자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간혹 이벤트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게임 머니로 구입이 가능하다. 아울러 모든 치장 아이템은 게임내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국 착한 과금 체계를 선보인 LOL과 오버워치가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 상당수 유저들은 국산 게임의 과도한 과금 체계에 실망, 외산 게임으로 발길을 돌린 상황이다.

물론 이에 대해 국내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LOL이나 오버워치와 같은 과금체계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해당 외산게임의 경우, 대형게임사에서 만든 게임인 만큼 기술력과 자본이 풍부해 그게 가능하지만 대다수 중소형 개발사들의 경우, 그러한 게임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 온라인게임의 수익은 상위 10% 유저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소형 개발사 입장에서는 다수의 비과금 유저보다는 소수의 과금 유저를 위한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유저들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한다. 대학생 김수정(27)씨는 “LOL이나 오버워치의 스킨은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며 “반면 국산 게임의 경우, 과금을 하지 않고선 게임 플레이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억지로 유저들을 쥐어짜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들도 과금 체계에 대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확률한 아이템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자율규제를 통해 과도한 과금 체계를 감시하겠단 입장이지만, 유저들은 이를 믿지 못하겠단 반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온라인게임 분야는 외산게임이 점령당한 지 오래”라며 “이제는 바꾸기 늦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갑자기 LOL이나 오버워치를 뛰어넘는 게임이 출시될 것이란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온라인게임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모바일에서의 과금 체계를 유저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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