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보건당국 심사 통과 22건…안전성 논란 불거질 가능성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트럼프 정부 제약산업 규제완화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승인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시장 진입장벽이 덩달아 낮아질 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신약 및 제네릭(복제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승인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반면, 규제 완화로 인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FDA 신약 승인 건수는 22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 미국 신약 승인 건수와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신약 승인 건수는 22건으로 2014년 45건, 2015년 41건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았다. 하지만 올해엔 승인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FDA 신약 허가 규제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현재 FDA 신약 허가절차가 느리고 번거롭다며 규제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FDA 역시 이같은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미국 신약 승인 건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도 시장 진입장벽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제약바이오업체들은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전세계 제약시장 매출 중 50%이상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뿐만 아니라 제네릭 진입도 늘어나고 있다.

한미약품 역류성식도염 개량신약 에소메졸은 2010년 FDA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개량신약이다. 에소메졸은 지난 19일 미국 약전 USP에 등재되기도 했다. 균주 논란을 겪은 대웅제약 보톡스 나보타도 임상을 마무리하고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동아ST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에 6240억원 규모 면역항암신약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도 일동제약, 휴온스 등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제약사들이 많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업체들도 미국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삼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의약품들이 판매량 대부분이 미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오리지널보다 싼 약값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점유율을 얻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의약품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 램시마다. 램시마는 이미 올해 6월까지 330억원에 육박하는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 4월 FDA 시판허가 이후 3개월 만에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미국 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신라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벤처 등도 만만찮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항생제 후보물질 LCB01-0371은 지난 24일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낮은 난치병, 생존을 위협하는 치료제의 연구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제도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LCB01-0371은 개발 완료 후 시판했을 때 7년간 시장독점권과 연구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임상 비용 50%의 세금 면제, 200만 달러 규모의 신약 허가신청 심사 비용 면제 등 혜택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 규제완화 덕에 미국 신약 승인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도 미국 시판승인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구개발(R&D)을 통한 품질 강화나 제네릭,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의 눈길을 잡아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동 아주대학교 교수는 “애초 미국은 대규모 의약품 시장답게 신약 승인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지난해보다 미국시장 진입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제약사와의 약가 경쟁과 다국적제약사와의 점유율 다툼 등 향후 진출 전략을 세우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약품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약품 부작용이 생긴다면 신약을 허가한 보건당국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단체, 과학계 그리고 제약업계조차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 등을 쉽게 승인해줘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 하에서 FDA정책 기조와 소비자보호 조치들이 뒤집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