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분석…작년 136조원 달해, 81.8%는 전액 수의계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 그룹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 사진=뉴스1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93%가 수의계약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기업집단국 부활을 여러 차례 강조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정 칼끝을 겨눌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내부거래 내역을 신고한 30대 그룹 699개 계열사의 거래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거래액 145조 7771억원 중 135조 8529억원(93.2%)이 수의계약이었다고 공개했다. 즉 대부분의 거래가 경쟁이나 공개입찰 방식을 경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경우, 계열사 간 거래액이 5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액의 5% 이상이면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돼 계열사 간 거래현황 공시 의무가 없는 한국투자금융과 하림은 제외됐다.

조사대상 28개 그룹 중 신세계, 현대백화점, 금호아시아나, 부영, KT&G 등 5곳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모두 수의계약이었다. 금호아시아나와 부영, KT&G의 경우 내부거래액 전부를 현금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과 KT도 그 비율이 각각 99.9%와 99.1%에 달해 사실상 전체가 수의계약으로 나타났다. SK(98.5%), 농협(98.3%), LS(98%), 삼성(97.8%), OCI(97.2%), CJ(97%) 그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에쓰오일(S-Oil)은 내부거래 1026억원 중 수의계약이 전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규모 재계 1위인 삼성에서는 수의계약을 통한 내부거래로만 19조 7885억원이 발생했다. 기업별로 범위를 좁히면 SK에너지가 10조 6892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특히 전체 699개 기업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이 100%인 곳이 무려 81.8%(572개사)에 달했다. 10조원이 넘은 SK에너지의 뒤를 이어 현대모비스(9조 4714억원), 서브원(3조 3944억원), LG전자(3조 2443억원), 삼성SDS(2조 9202억원), 삼성전자(2조 1724억원), 현대차(1조 8808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내부거래 결제 방식은 현금 지급이 97조3587억원으로 전체의 66.8%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어음(27.4%)과 카드(1.3%)였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칼끝 향방도 주목받게 됐다. 공정위의 레이더망에 이미 무분별한 내부거래가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벌에 대한 내부거래(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분석과정에서 법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기업집단 규모에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은 내정 직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등을 감시할 기업집단국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기업집단국의 역할모델은 옛 공정위 조사국이다. 1998년 출범해 2005년 사라진 공정위 조사국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31조 6986억원의 부당 내부거래를 밝혀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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