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령 10년 B737-900ER, 인도네시아서 15일 들어와…2014년 착륙 사고 기체

이스타항공이 회사 설립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200석 이상 규모 항공기로 사고 기체를 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4일 고장 난 항공기에 승객을 다시 태우고, 11일 인천에서 방콕으로 향하다 발견된 기체 결함으로 회항하는 등 안전관리 미숙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이 사고 발생 기체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있다.

12일 한국항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ESR222D라는 편명으로 오는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김포공항으로 B737-900ER 항공기 1대를 들여온다. 올해 이스타항공이 도입하기로 정한 첫 번째 대형 항공기로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온에어가 PK-LFH로 등록해 2007년 5월 첫 비행에 들어갔던 10여년 기령의 항공기다.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다만 PK-LFH 기체는 2014년 2월 1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을 출발해 수라바야 공항 착륙 단계에서 바퀴 축이 부러지고 동체 뒤쪽이 파손되는 사고를 기록한 기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기체를 안정시키는 착륙 장치에도 큰 충격이 갔다는 게 인도네시아 국가 교통 안전위원회의 설명이다. 해당 사고로 승무원을 포함한 총 222명 승객 중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부품 교체가 잦은 항공기 특성상 운항에 지장을 주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첫 번째 B737-900ER 항공기로 사고 기체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보다 앞서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가 B737-900ER를 도입 추진한 바 있었다”면서 “당시 해당 항공사는 시장에 좋은 항공기가 없다며 도입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ESR222D 사고 이력. / 사진 = ASN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스타항공이 외형성장속에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당 항공기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3년 9대에 불과했던 기체 수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판관비와 운송원가가 늘기 시작했다. 운송원가는 조종사 등 생산직 근로자의 급여를 의미한다. 판관비는 임원과 관리직원 등의 급여로 지출되는 항목이다.

2013년 257억원에 달했던 급여는 2014년 272억원으로, 2015년 343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2013년 62억원에 그치던 판관비는 2016년 11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송원가로 잡힌 급여는 194억원에서 374억원으로 늘었다. 2016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157%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은 순이익을 늘려 이익잉여금을 최대한 많이 쌓아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보잉 737 NG 계열 900ER 항공기가 이스타항공이 그동안 운영해 온 기체와 다르다는 데 있다. 항공기 1대를 도입하면 조종사, 승무원, 정비 인력 등은 수십명 가까이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항공기의 문제를 파악하고 사고 방지에 나설 수 있는 고급 정비 인력이 필요하다. 이스타항공은 B737-800기종을 주력으로 활용해 왔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취항 이후 무사고 운항을 30만 시간을 이어가면서 안전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번에 도입하는 기체에 고가 있었다고 하지만 허용 범위 내 사고인 데다 구조적인 변형이 없었고, 충분한 수리와 검사 과정을 거쳐 안전상 하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도입을 결정했다”면서 “2014년 사고 이후 라이온에어가 3년 넘도록 문제없이 운항을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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