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으로도 쉽고 빠른 규제 가능…재계 “대책마련 고심 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재벌개혁안 등을 발표하다가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 방향 발표를 놓고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 내부거래에 대해 우선적으로 손을 보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내비쳐 해당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김상조 위원장은 19일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45개 재벌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법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기업집단 규모에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 받은 초창기부터 대기업 내부거래, 즉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대해 누차 강조한 바 있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개혁 방향을 이야기하기 전부터 내부거래가 가장 큰 문제가 될 줄 알고 대책을 논의해 왔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이 내부거래 근절을 강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무엇보다 가장 쉽고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안이란 점이다. 제대로 된 규제를 위해선 총수일가 지분율 조정 등이 우선돼야 하지만, 기본적인 내부거래의 문제점들을 잡아내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법을 바꿔야 하는 것들은 중장기 과제로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기업들의 내부거래 문제는 특별히 국회를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필요 없이 현재의 다양한 법률조항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내부거래 근절이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공정위의 역할과 가장 부합하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란 문구를 통해 공정위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경쟁을 방해하는 대기업 행태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일감몰아주기는 시장 경쟁을 방해하고 업계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대기업 행태로 꼽힌다.

재계는 결국 일감 모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칼끝이 경영권을 겨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내부거래를 보겠다는 것은 결국 내부거래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한 경영권 승계 행태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대책을 고심 중”이라며 “특히 4대 그룹 중 몇몇 기업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4대 그룹과 만나 소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본격적으로 제재에 들어가기 각 기업들의 상황과 현실에 대해 듣겠다는 취지다. 모임은 이번 주 내로 추진되며 각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일단 총수가 직접 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대한상의가 그룹 상황 등을 고려해 조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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