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수하물 규정 23㎏→15㎏ 하향 조정, 초과시 요금 부과…유료 서비스 확대 눈총

아시아나항공 비수익 노선을 이관받아 공식 운항에 나선 저가항공사(LCC) 에어서울이 당초 추진했던 차별화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 에어서울은 국내 LCC가 유로 서비스 확대로 일찌감치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과 달리, 기본 서비스의 호혜적 적용을 통해 탑승률 확대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방침을 변경, 유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내달 11일부터 1개당 23㎏까지 적용했던 무료 위탁수하물 규정을 1개당 15㎏으로 34.7%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에어서울은 15㎏을 넘어서는 수하물을 가져가야 하는 경우 15㎏당 최대 8만원으로 책정된 초과 수하물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부가 서비스 규정을 신설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이 운용하는 A321 기체. / 사진 = 에어서울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공식 운항을 시작한 에어서울이 차별화 전략을 접고 격화하는 LCC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에어서울은 기존 LCC와 달리 평균 기령이 4년여에 불과한 최신 기종을 도입해 최대 23㎏까지 허용되는 수하물 규정으로 인기를 끌었다. 에어서울을 제외한 국내 LCC의 항공기 평균 기령은 11.3년이다.

여기에 에어서울이 이코노미석 기준 앞뒤 좌석 간격을 최대 33인치로 경쟁사보다 5인치가량 여유 있게 적용하고 나서면서 에어서울은 ‘LCC 같지 않은 LCC’로 호평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10월 에어서울이 처음 취항한 다카마쓰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운항 당시 60%대에 불과했던 탑승률이 에어서울 이관 후 90%로 3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에어서울이 올해 4월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서울은 사업 초기 21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169억원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 운행 당시 45만원을 넘어서던 다카마쓰 노선 항공권 가격을 25만원 밑으로 책정하고 나선 데 따른 여파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차별화를 들고 나선 에어서울도 기체 추가 도입 및 노선 확대 필요 앞에서 당초 추진해 온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현재 국내 LCC 모두가 부가 서비스를 확대·강화해 수익성을 올리려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에어서울만 다른 길을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가서비스는 LCC 업체 사이에서 항공권 가격 인하 등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국내 LCC 중 매출과 영업이익 항목에서 가장 높이 날고 있는 제주항공은 추가 요금을 받고 일행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옆좌석 구매 서비스와 3좌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누워가는 좌석 패키지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항공은 비상구좌석에 1인당 3만원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으며 좌석별로 1만5000원, 1만원, 5000원 등의 요금을 부과한다. 2인 기준 왕복 비행 시 비교적 넓은 비상구 좌석에 앉기 위해선 약 12만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국내 LCC 업계 2위인 진에어는 지난 15일부터 인터넷 예매가 아닌 공항 카운터 예매·발권의 경우 추가 비용을 받고 있다.

LCC 업체 재무구조에서 유료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취소수수료와 비상구 좌석 추가 수수료, 기내식 유료화 등으로 약 4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인 759억원의 약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진에어는 302억원, 에어부산 216억원, 티웨이항공 159억원, 이스타항공 152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문제는 LCC 업계에 만연해가고 있는 부가 서비스 확대가 LCC 업계 전체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일각에선 LCC가 항공권 가격만 낮게 책정했을 뿐, 부가 서비스를 고려하면 크게 싸지도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LCC가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안전문제는 뒷전인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도 불거진다.

고객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에어서울 수하물 규정 변경 소식을 접한 한 소비자는 “에어서울이 밀고 나가는 것 중 하나가 LCC와 차별화된 LCC였는데, 에어서울이 기존 LCC와 동일한 전략을 꺼내 드는 순간 경쟁력은 사라질 것”이라며 “당장의 이익을 위해 차별화 전략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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