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기기들로 관람객과 투자자 시선잡아… 체험용 부스에만 몰리는 점 아쉬워

 

2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17 부산 VR페스티벌'에서 한 관람객이 VR레이싱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2일 오전 11시, 기자가 찾은 부산 벡스코는 ‘유명 콘서트’를 연상케 했다. 전시회는 교복입은 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나이대가 높은 관람객도 있었다. 그만큼 가상현실(VR)은 친숙해지고 있다. VR기기를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거부감이 없어진 셈이다. 더 나아가 전세계 사람들은 가상현실 콘텐프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2017 부산 VR 페스티벌(BVRF 2017)은 VR개발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BVFR2017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부산광역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공동주최로 6월1일(목)부터 3일(토)까지 3일간 개최됐다. 다양한 VR스타트업들이 전시에 참석했다. 특히 이번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까지 활용될 수 있도록 활용범위가 넓어졌다. 업체들은 의료, 관광, 문화, 교육 및 스마트공장 등 제조업까지 접목할 수 있는 VR기술들을 자랑했다.

 

전시회장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VR게임 부스였다. 관람객 줄도 길었다. VR 고글을 쓰고 운전을 하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보는 등 가상현실 속 게임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그 중 ‘캠프VR' 부스는 서바이벌 게임, 레이싱 게임 등 다양한 VR 체험기기들을 전시했다. 미래부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은 캠프VR은 쓰리디팩토리의 자회사로, VR게임방을 운영하는 업체다.

 

한 관람객이 BVRF2017에 참석해 VR기기를 끼고 '캠프VR' 부스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김성연(18)씨는 “예전에는 동작만 인식해 화면을 보면서 하는 게임들이 유행했었는데, VR게임이 나오면서 (유저 입장에서는) 더 실감나고 흥미롭게 게임할 수 있어 좋다”며 “친구들과 VR게임을 맘껏 해보고 싶어 BVRF를 찾았다”고 말했다.

‘큰 풍선’ 같은 돔을 세운 홍빈네트워크는 체감형 VR기술을 내세운다. 기자의 눈을 잡아끈 돔 부스는 VR드림테마파크의 일종인 ‘버추얼 아일랜드’였다. 그 안에는 카트를 타고 버추얼 아일랜드를 탐험하거나, 슈팅 게임을 할 수 있는 VR 놀이기구가 있었다. 또 게임 유저들의 주목을 받고있는 ‘드래곤플라이’는 HTC바이브용으로 제작한 스페셜포스 VR과 또봇 VR을 선보였다. 스페셜포스는 지난 5월 모바일용으로 출시됐지만 기대보다 실적을 내지 못했다.

이보미 드래곤플라이 경영홍보팀은 “스페셜포스VR는 파리 게임쇼, 일산 플레이 엑스포, BVFR2017에서 선보였는데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며 “이제 게임분야에서도 VR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올해 3분기 스페셜포스VR를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유아를 타깃으로 한 또봇VR도 드래곤플라이가 내세우는 콘텐츠”라고 밝혔다.

 

하드웨어 한계를 벗어난 VR기기도 있었다. 그동안 VR기술은 고글이나 기계가 필요해, 다른 기술보다 전망성이 없다는 평도 받았다. 스타트업 아이센트는 무선VR인 ‘클라우드 VR’을 전시했다. 클라우드 VR은 기기에 선이 없다. 따라서 동시에 여러 명이 가상현실을 공유할 수 있고, 공간 활용에도 제한이 없다. 업체 관계자는 메인 PC하드웨어가 필요없기 때문에 인프라 비용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변성진 아이센트 SP사업팀 부장은 “다른 VR기기들보다 편의성을 높인 것이 장점”이라며 “지금 (클라우드VR은) 소규모 문화행사, 전시회, 지방자치단체 문화행사 뿐만 아니라 석굴암 등 유적 소개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30명 이상 동시접속할 수 있어 학교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 4DX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어트랙션 기구를 타고 짧은 VR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부스도 참석했다. 앞서 엔비디아를 비롯해 KT, 인텔 등 국내외 VR 대기업들이 BVRF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기술을 설명한 바 있다. KT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가장 활발하게 VR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업체다. 이번에 열린 ‘U-20'월드컵 조별리그 3개 경기도 5G시범망을 통해 중계하기도 했다. 이번에 세운 부스도 KT만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고화질 VR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했다.

어트랙션 사업을 하는 CJ도 VR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 4DX부스에서는 어트랙션에 탑승해 VR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뛰어난 VR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해 독점으로 개발한 것이다.

염기선 CJ 어트랙션 사업팀 과장은 “지금 CJ의 4DX 기술은 삼성, 현대차 등 제품설명회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며 “지금은 어트랙션에 탑승해 2명에서 4명까지 VR영상을 감상하고 있지만, 나중에 기술이 발전되면 CJ CGV 영화 사업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VRF2017 분당서울대병원 부스에서 한 연구원이 VR기술을 활용한 재활 기기를 설명해주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한편,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 VR기술도 이번 행사에 함께했다. 주로 병원과 의료기관에 도입된 VR기술들은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분당대학교 서울대병원은 재활의학 부분에서 VR기술을 접목시켰다. 화면에 나온 과일이나 물건을 잡거나, 환자가 직접 움직이면서 즐겁게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2년에 만들어진 스타트업 민토시스은 시각장애나 신체장애를 가진 환자를 위해 ‘스윙에어’기기를 소개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관람객들이 체험용 VR부스에만 몰리는 탓에, 그 외 VR 부스들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VR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을수록 좋다. 다만, 비게임분야의 VR기술들도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주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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