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에 시설자금 대출 늘어…기업대출도 '비은행'에 몰리는 '풍선효과' 뚜렷

국내 기업들이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린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건설업 등 국내 주요 산업 전반에서 대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최근 경기 회복세에 따라 시설자금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업들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이 늘고 있어 산업에서도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업의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1001조7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6조1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종별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제조업 대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제조업의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33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제조업 대출은 업황 악화로 인해 지난 분기 9조6000억원 감소했었다. 올해 1분기에는 금속가공제품·기계 장비(1조5000억원), 1차금속(1조원) 업종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했다.

서비스업도 대출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말 서비스업 대출 잔액은 577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조2000억원 늘었다. 다만 전분기 대비 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4분기(12조8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세부적으로 부동산과 임대업이 지난해 4분기 대비 4조6000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도·소매, 숙박·음식점업도 대출이 3조원 가량 증가했다.

건설업 역시 예금취급기관 대출이 늘었다. 건설업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말 기준 39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9000억원 증가했다. 건설업은 지난해 4분기 전분기 대비 1조6000억원 대출이 줄었었다. 세부적으로 종합건설업이 지난해 4분기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고 전문직별공사업이 7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기관별로는 시중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올해 1분기말 기업들의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817조4000억원,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184조3000억원으로 집계 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10조7000억원,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대출 증가율은 각각 3.2%, 10.3%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증가폭이 컸다. 특히 올해 3분기말 기준 서비스업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13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5% 증가했다. 서비스업 예금기관 대출 증가율은 6.2%에 그쳤다. 건설업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받은 대출이 31.7% 증가했다.

대출 용도별로는 시설자금 대출 증가 폭이 컸다. 올해 3월말 기준 기업들의 시설자금 대출 잔액은 404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운전자금 대출 잔액은 596조8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업황이 개선되면서 설비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업의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1001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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