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변화한다. 인체 내부의 유기적인 세포변화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임직원 등 내부 경영자원의 변화로 진화, 퇴화를 거듭한다. 조직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에서는 독특한 개성과 전략으로 회사를 이끄는 CEO들이 있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건설사 CEO들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한화건설의 경영성과는 최광호 사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취임하기전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한화건설은 긍정적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런 위기극복에는 한때 미운오리 새끼로 치부됐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백조로 변신시킨 최 사장의 ‘위기탈출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 당초 막대한 비스마야 신도시에서 발생한 공사대금 수금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비스마야 사업을 직접 챙기며 대규모 공사대금 수금을 직접 지휘했다. 이는 한화건설이 적자행진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됐다.
올해도 최 사장은 한화건설의 실적개선 의지를 천명했다. 국내외 사업 영역확대를 바탕으로 그는 ‘한화건설의 재도약’ 계획을 공언했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신성장전략팀의 방향 재정립, 최 사장이 공언한 사업영역 확장에 따른 비용부담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미운오리새끼 비스마야 신도시, 한화건설의 백조로 커
최 사장이 지난 2015년 6월 부임한 이래 한화건설은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화건설은 영업이익 897억원, 25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 2015년 영업손실 4394억원, 순손실 546억원을 기록한 적자경영에서 벗어난 수치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148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764억원) 대비 5.78% 늘었다. 한화건설이 2년간 이어진 적자행진에서 최 사장 부임 1년 만에 벗어난 것이다. 해외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선제적으로 최 사장이 관리한 결과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는 사업규모만 9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수주잔고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한화건설의 ‘생명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말 이라크 정부가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대금을 10개월 만에 입금하는 등 해외사업 리스크가 줄었다.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뻔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 한화건설의 실적개선이란 변신을 도왔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공사금액 대비 높은 공사미수금으로 한화건설 실적의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최고경영진이 “무리하게 사업을 수주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의 비스마야 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리스크 감소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사장 부임 이전부터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사장 취임 이후인 지난 2015년 12월 이라크 총리를 예방해 비스마야 건설공사 대금을 수령하는 등 최우선 현안으로 챙겼다.
◇ 최 사장 미래 먹거리 찾아야…다만 초기비용 감당해야
최 사장은 올해에도 실적개선을 자신하고 있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순항을 바탕으로 국내외 사업영역 확대의지를 지난 1월12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7년 경영설명회’에서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최 사장은 토목부문에서 민자 및 민간사업 확대, 건축부문에서 기획제안‧개발사업 확대, 해외부문은 신도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 한화건설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사업 마스터 플랜 수립 발표회를 개최했다. 국내 주택시장 위축우려에 따라 미래 먹거리를 최 사장이 찾고 있다.
최 사장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국내 에너지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한화건설은 최 사장이 재임한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통해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프로젝트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한화건설은 신고리원전 5, 6호기 완공을 통해 원전 건설 대표사 실적을 확보함에 따라 컨소시엄 내 '최대 수혜자'로 거론됐다. 한화건설 역시 해당 공사를 바탕으로 추가 원전공사 수주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탈원전 정책에 따라 한화건설이 원전공사를 통해 수익을 내기란 어려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 사장이 노선을 선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최 사장의 미래 먹거리 확보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진두지휘하는 한화건설의 ‘신성장전략팀’을 추스르는 절차가 필요하다. 신성장전략팀은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가 팀장을 엮임했다. 하지만 김씨가 한화건설에 사표를 제출한 뒤 팀의 존속 여부가 불분명했다. 한화건설 측이 팀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이 팀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최 사장의 미래 먹거리 확보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 사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 과정에서 초기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 확보는 필연적으로 한화건설의 비용부담을 일으킨다. 지난해 한화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0.92였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벌어들인 돈으로 금융비용마저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전년 동기(-4.64) 대비 개선됐지만 여전히 ‘좀비기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추가 지출을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사업영역이 제대로 넓혀지지 않으면 지난해와 동일하게 국내주택 사업‧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 사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 과정에서 비용부담을 이겨내고 연초 내세운 ‘사업 안정성 강화’, ‘재무 유동성 확보’, ‘지속성장을 위한 내실경영’ 목표를 확립할지 주목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