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에 실적 급증, 디스플레이도 선전…영업이익률 19.6%로 상승

삼성전자가 27일 1분기 실적발표를 했다. 반도체 초호황 덕에 영업이익이 9.9조원에 달했다.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로비 모습. / 사진=뉴스1

반도체 초호황의 힘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크게 늘었다. 특히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합한 부품사업 영업이익만 전체의 76%를 웃돌았다. 두 부문 합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 7000억원 넘게 폭증했다.

이 덕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도 20%에 육박하게 됐다. 무선사업과 가전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역대 최대실적을 나타냈다. 다만 갤럭시S8이 출시된 덕에 다음 분기부터는 스마트폰 실적효과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8 효과도 관심거리다. 공급부족 탓에 가격이 오르는 초유의 반도체 호황도 계속될 전망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47조원까지 늘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초호황 싸이클 반도체의 힘…디스플레이도 수익성 개선, 무선사업·가전은 부진

27일 삼성전자는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50조 5500억원, 영업이익 9조 9000억원을 거둬들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연결기준 매출은 49조 7800억원, 영업이익은 6조 6800억원이었다.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로 주목받은 지난해 4분기 실적(9조 2200억원)도 뛰어넘었다. 수익성 개선이 도드라지는 구조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3.4%에서 19.6%로 급증했다.

수익성 개선의 동력은 최근 세계적인 초호황 싸이클 국면에 들어선 반도체다. 1분기 반도체 사업은 매출 15조 6600억원과 영업이익 6조 3100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반도체 매출은 11조 1500억원, 영업이익은 2조 63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2.5배 가까이 뛴 셈이다.

효자는 D램과 낸드플레시 두 축으로 이뤄진 메모리반도체다.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넘치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는 메모리반도체 시장규모가 올해 1000억 달러(한화 112조 5200억원)를 넘어서리라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히 이 과실을 가져갔다. 수요가 늘며 가격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 사업의 경우 낸드는 4TB 이상 서버 고용량 SSD와 64GB 이상 모바일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48단 V낸드 공급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며 “D램은 플래그십 스마트폰향 LPDDR4·LPDDR4X와 데이터센터 서버용 제품 등 차별화된 고용량·고성능 제품 공급을 강화하고 10나노급 공정 확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지속 확보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LCD 판가 강세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플렉서블 OLED 판매 증가 등 전체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선전했다. 1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은 매출 7조 2900억원, 영업이익 1조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품사업이 전체 영업이익 9조 9000억원 중 7조 6100억원을 거둬들인 셈이다. 지난해 1분기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그쳤었다. 디스플레이 호실적의 경우 플렉서블 OLED의 판매 증가와 UHD·대형 중심 LCD 제품 비중 증가가 동력이 됐다.

다만 무선사업 등 IM(IT & Mobile Communications)과 가전(CE, Consumer Electronics)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1분기 IM 부문은 매출 23조 5000억원, 영업이익 2조 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조원 넘게 빠졌고 영업이익도 1조 8000억원 넘게 뒷걸음질 쳤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에서 관건은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8을 내놨고 하반기에 갤럭시노트8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8·S8+(플러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분기 CE 부문은 매출 10조 3400억원, 영업이익 3800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과 대동소이한데 영업이익은 1300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TV의 경우, 퀀텀닷 TV와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늘었으나, 패널 가격 상승과 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냉장고 등 생활가전은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애드워시’ 세탁기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이 다소 늘었다. 다만 북미 B2B 시장 투자가 있어서 영업이익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이번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는 최근 인수를 완료한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의 실적도 반영됐다. 다만 인수절차가 완료된 3월 11일 이후 실적만 반영돼 규모는 크지 않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하만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별도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유례없는 반도체 수요폭증, 디스플레이도 주목돼…관건은 스마트폰

더 주목받는 건 남은 분기 실적이다. 반도체 실적 개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갤럭시 S8 판매 확대 등 무선 사업 실적 덕도 볼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47조원을 넘어서리라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9조 2400억원이었다. 추정치가 현실화하면 영업이익만 60% 이상 급증하는 셈이 된다.

일단 2분기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가 1분기에 시설투자한 내용을 보면 반도체에 5조원, 디스플레이이 4조 2000억원이 쓰였다. 전체 시설투자 9조 8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반도체의 경우 2분기에도 서버향 수요 강세와 모바일 고용량화가 지속이 맞물리면서 메모리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낸드플레시 호황과 D램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반도체업계는 유례없는 초호황 국면을 지나고 있다. 특히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실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실적발표를 하며 평택 반도체 라인을 중심으로 V낸드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공개했다. 수요 강세가 계속되는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을 계속 선도해나갈 공산이 크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후발업체들의 3D 낸드와 플렉서블 OLED 생산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투자 진행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유례없는 업황을 즐길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리 없이 수익성을 계속 키우고 있는 디스플레이도 주목할 만하다. 일단 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좋다. OLED은 수요가 계속 일정하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또 UHD와 대형 패널 등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닌 고부가 제품도 선전하면서 수익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IM, 즉 무선사업이다. 갤럭시S8이 매출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갤럭시 S8·S8+ 글로벌 판매 확대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갤럭시 A와 J 등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다소 감소해 전체 판매량은 전 분기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갤럭시 S8·S8+이 초기 판매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고 판매 실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갤럭시S8에 이어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노트8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 하반기 IM 사업부 실적이 대폭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각에서는 갤럭시노트8이 애플 아이폰8과 진검승부를 펼칠 전략 스마트폰이 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IM이 갈고 닦은 비장의 무기는 S8이 아닌 갤럭시노트8”이라며 “흥행시킬 경우 노트7에서 무너졌던 브랜드 이미지 쇄신과 동시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하량 확판에 성공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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