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3월서 대선 이후로 신청 시기 미뤄질 듯…"미래전략단 준비 부족” 지적도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사진=뉴스1

우리은행이 올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은행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이 "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며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당초 지주사 전환 신청을 3월께로 예상했다가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오는 5월 이후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탄핵 전엔 현 정권에서 지주사 전환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지주사 전환을 위한 절차를 착실하게 준비해 올해 중반쯤 신청하면 내년쯤 지주사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주사 전환은 당초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곧바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변수 외에, 실제 준비 과정도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사외이사는 "당초 지주사 전환이 빨리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미래전략단에게 이것저것 질문해보니 많이 막혔다. 신청만 하면 순조롭게 인가를 받을 것으로 낙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경영기획그룹 내 미래전략단이라는 지주사 전환 전담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과점주주들과 갈등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를 구축하려면 보험사나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등으로 이뤄진 과점주주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B 사외이사는 "아무래도 경쟁하는 회사가 자회사로 인수되면, 당연히 의식이 된다. 그렇지만 서로 양보 하면서, 과점주주의 이점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바람이 충족되길 바란다"며 "이러한 전제 하에 큰 그림으로 지주사 전환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C사외이사도 “미래전략단에 주주를 설득하는 논리를 개발해서 과점주주들에게 손해가 가지 않고 시너지가 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며 “자산운용이나 캐피탈을 먼저 인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되면, 위험가중자산이 빠지게 돼 BIS비율 충족에 유리하다. 그러면 자금조달 비용이 줄고, 수익적 측면에서도 과점주주에게 유리하다. 배당을 확대할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단계지만, 나중에 자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손익 계산을 해서 과점주주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예비인가 없이 본인가만 거치면 심사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비인가를 거칠 수도 있고 본인가로 갈 수도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과거 지주사 체제도 했는데, 굳이 예비인가 본인가 다 거칠 필요 없다고 여겨지면 본인가로 직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예비인가는 60일, 본인가는 30일 소요된다. 만약 예비인가를 거치지 않고 본인가로 가면 60일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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