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기조 속 성장동력 확보 전략

(왼쪽부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 사진=각사
최근 석유화학업계가 인수합병(M&A)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여기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여유 자금이 크게 늘어난 점도 M&A를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은 기업을 키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며 “LG화학의 사업전략에 어울리는 좋은 매물이 있다면 기꺼이 인수합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바이오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지난해 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계열사인 LG생명과학도 인수합병한 바 있다. 아울러 수처리필터 확대 및 GS이엠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포함한 에너지, 물 등 3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추가 M&A를 예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해 말 열린 SK이노베이션 경영진 회의에서 “2017년에 화학과 석유개발, 배터리사업 등에 최대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지난달 미국 1위 화학업체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에 인수했다.

에틸렌아크릴산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인 기능성 접착수지의 하나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을 금속소재와 붙여주는 포장재용 접착재로 주로 활용된다. 기술진입장벽이 높아 글로벌 대형 화학기업들이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SK는 다우케미칼의 핵심기반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군 다양화가 가능해졌다.

김준 사장은 향후에도 M&A를 꾸준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중국 화학회사 상하이세코의 인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세코는 연 12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납사분해시설(NCC)을 가진 다운스트림 전문업체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신규 M&A 자금을 마련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올레핀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탓에 사업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최근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엑손모빌에 고배를 마셨다. JAC는 연간 파라자일렌(PX) 60만톤과 벤젠 45만톤, 혼합나프타 65만톤, 액화석유가스(LPG) 28만톤을 생산하는 업체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JAC 인수로 PX와 벤젠 등 방향족 제품을 보강할 계획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정관을 변경해 사업자금을 끌어올렸다.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 두 번째 안건은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 변경이었다. 롯데케미칼은 각각 3000억원이던 발행한도를 2조원까지 높였다. 채권 발행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겠단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속에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M&A가 각광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M&A에는 많은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 회사에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무리한 M&A로 도산한 기업도 많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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