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센셜 프로덕츠 1억 유치 무산…애플 10억달러 투자 영향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일본 통신기업 소프트뱅크가 애플의 새로운 라이벌로 떠올랐던 안드로이드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월스트리저널이 2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이센셜 프로덕츠 투자 계획을 중단했다. 애초 1억 달러(약 1115억7000만원)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최종단계에서 투자가 백지화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부터 비전 펀드를 통해 이센셜 프로덕츠에 투자 협의를 진행해왔다. 협의 중에는 일본에 있는 통신 자회사를 통해 이센셜 프로덕츠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센셜 프로덕츠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앤디 루빈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올해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기존 안드로이드폰, 아이폰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빈은 스타트업 안드로이드를 세운 뒤, 2005년 정보기술(IT) 기업 구글과 손잡았다. 그 뒤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구글과는 2015년에 결별했다.

이번 결정은 애플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10억 달러(약 1조1157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와 애플의 관계가 개선된 탓에 자연스럽게 이센셜 프로덕츠 투자도 무산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구글, 인텔과 달리 대규모 투자계약을 회피해온 애플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도 한몫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신생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투자 펀드다. 1000억 달러(약 111조6400억원) 규모로 애플,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 대만 전자부품 그룹 폭스컴이 투자했다. 이 펀드는 주로 사물인터넷(IoT), 딥러닝(Deep learning),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정보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철회가 손 회장이 쌓아놓은 벤처투자 명성에 상처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는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물색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전펀드,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소프트뱅크가 세워놓은 스타트업 투자 체계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스타트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최근 미국 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220억 달러(약 24조5520억원)에, 영국 반도체설계업체인 ARM을 320억 달러(약 35조7248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에도 최대 40억달러(약 4조46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쿠팡에 이어 투자할 국내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손 회장은 “한국 기술기업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스마트로봇 등 3개 분야 기업 중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은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과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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