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해제 후 지역 주거환경 개선할 대안 필요

 

이주 진행중인 서울시 개포동 구룡마을. / 사진=뉴스1

“30년간 방치됐던 구룡마을 개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엔 강남 주민들이 붙인 구룡마을의 개발소식을 반기는 현수막이 속속 내걸렸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 서울 도심의 개발붐에 밀려 살 곳이 없어진 빈민들이 하나 둘 모여 무허가 판자집을 짓고 군락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동네다. 이곳은 2011년 한차례 정비계획 발표가 있었지만 해당지역 주민과 토지주들의 이주대책 및 보상에 대한 갈등으로 인해 개발이 한차례 미뤄졌으며, 이듬해 잇따른 화재가 발생하며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이뤄진 개발계획공람과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기점으로 개발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구룡마을 앞편에 위치한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극심한 생활수준 차이를 보이며 수도와 전기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 문제가 됐다. 이에 구룡마을은 현 거주민 이주완료 후 2020년에는 최고 35층 규모의 2700가구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한다. 새집에는 구룡마을에 실거주해 온 1600세대를 선입주 시킨뒤 나머지 물량을 민간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SH공사는 오는 21일까지 구룡마을 개발방향을 위한 거주민 협의체 참여인 10여명을 공개 모집한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 개발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곳뿐 아니라 강남구의 또 다른 판자촌 달터마을도 정비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철거를 시작해 순차적으로 임대주택으로 이주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이 부지에 도심 내 허브역할을 할 수 있는 달터공원을 조성한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서초구청은 올해 초 방배동 511번지 일대 고물상으로 채워져있는 국회단지를 총 200여세대 규모의 네덜란드풍 명품 주택단지이자 동화속 언덕을 재현한 마을로 새롭게 개발한다고 밝혔다. 또 방배동 565-2번지 일대 빈민촌 성뒤마을도 민간아파트와 행복주택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초구청은 “의미있는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강남권은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이 초고가 분양에도 순항하는 것은 물론 판자촌까지 모두 새옷으로 갈아입게 된다.

반면 강북권은 슬럼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일몰기한이 경과됐거나 소유자 3분의 1이상이 해제를 요청한 정비구역 35곳의 직권해제안을 최종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에 따라 '추진상황으로 보아 정비구역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곳이다. 35곳 가운데 방배8구역과 암사동514구역 두 곳을 제외한 33개 구역이 모두 강북권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살고있는 실거주자들 가운데 뉴타운 개발을 반대하는 이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개발을 반대하는 이는 누굴까. 상당수는 뉴타운 지정으로 인한 재정비 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자들이다. 개발기대감이 반영된 높은 프리미엄(웃돈)을 지불하고 조합원이 된 투자자는 사업이 지체되면서 조합 유지비용 등 지불비용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요구수익률이 더 늘게 된다. 이같은 투자자가 많은 정비구역일수록 사업진행은 지체되고 직권해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 직권해제고시 구역으로 지정된 은평구 구산1구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새집에 살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과거에 대형건설사가 우리지역 시공에 참여한다고 했는데 그들이 제시한 공사비와 투기꾼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이 차이가 나다보니 공사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지역의 노후화, 슬럼화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목적의 조합원들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철거 기대감에 수선비를 거의 쓰지 않으며 집을 방치한다”며 “정비구역 직권해제 된 지역들의 슬럼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로선 뉴타운으로 개발해 시가 얻는 이익보다, 억지로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사고가 나서 몰매맞는 위험성이 더 크다보니 직권해제를 하는 것”이라고 대규모 직권해제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직권해제 지역에 대한 대안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재개발 사업을 대체할 주거환경개선안이 마땅찮다”고 지적했다. 실제 남창진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정비구역 해제 이후 가로주택정비 등 대안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26.9%(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연구위원 역시 “가로정비사업 등 규모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소규모 재건 형태인 가로정비사업은 시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마을정비사업에 대한 동네 주민들의 의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해제된 구역은 주거재생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다양한 대안사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주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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