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쳐간 계열사 모두 흑자로 돌려놔…부회장 승진 시험대 올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멀티플레이어’로 불린다. 생소한 기업에서도 대표이사로 취임해 실적개선을 이끌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제너럴일렉트릭(GE)를 떠난 후 그가 거쳐간 삼성그룹 계열사(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 삼성SDI, 삼성카드)들이 모두 흑자로 전환되고 업계 점유율 상승이 실현됐다. 이에 그는 ‘미스터 해결사’라는 호칭도 부여 받았다.

해결사 최치훈은 2013년 부임 이후에는 리스크 ‘청소부’ 역할까지 수행했다. 최치훈 사장은 삼성물산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올려놨다. 이에 대한 공로로 2014~2015년 건설사 CEO 연봉킹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외사업 부실을 정리하는 역할도 맡았다.

올해는 최 사장이 해결사 및 청소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해결사 최치훈의 추가 실적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따른 ‘오너리스크’를 관리할 역할도 그에게 요구되고 있다.

◇ 9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1위 탈환…현대건설과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

최치훈 사장은 삼성물산 부임 이후 삼성그룹의 자존심을 살렸다. 9년 만에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 1위를 탈환하는 것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 실적, 재무 상태, 신인도 등을 종합해 건설사의 순위를 매긴다. 다만 단순히 순위를 넘어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재계 1, 2위 그룹인 삼성‧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만큼 경쟁이 심했다. 최 사장은 부임 이후 1년도 채 못돼 건설종가 현대건설을 제치고 삼성물산을 시공능력평가 1위에 등극시켰다. 9년 만에 최정상 자리를 재탈환 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임 정연주 사장 재임기간인 지난 2013년 수주한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의 실적이 대폭 늘었다. 로이힐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이 2014년 시공능력평가 1위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당시 현대건설은 저가수주를 피해 선별수주 전략을 폈다. 이에 수주실적에서 삼성물산에 밀렸다”고 말했다.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지낼 만큼 ‘해외통’으로 불린 최치훈 사장 지휘 아래 삼성물산은 실적개선을 이룬다. 삼성물산은 2014년 매출 3조185억원, 영업이익 1081억원을 기록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81, 54.6% 상승한 수치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물산은 2016년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유지한다. 그가 부임하는 회사마다 실적개선을 이끌었음이 삼성물산에서도 증명된 순간이다.

◇ 격의 없는 스킨십 이어가…임원진 실무역량 강조

GE 본사 사장을 역임한 ‘해외파’ 최치훈 사장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느 건설사 사장들과 달리 신년사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 직후인 2016년을 제외하고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현장 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경영목표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 사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임원 개개인의 역량을 중시한다. 일례로 업무보고 시 임원들이 실무자를 배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장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은 임원이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로이힐 악몽, 석촌 호수 싱크홀 문제로 청소부 역할도 자임해

최치훈 사장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 ‘꽃길’만 걷진 않았다. 그는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필두로 한 해외건설 부실, 석촌 호수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는 ‘청소부’ 역할도 수행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건설부문에서만 34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외사업 부실로 그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2960억원, 15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장 저가수주 여파가 뒤늦게 삼성물산에 도래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로이힐 프로젝트는 졸속계획에 의해 수주된 대표적 프로젝트다. 매출확대를 위한 무리한 저가수주가 부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손실이 발생한 만큼 최 사장에게도 긍정적인 한해가 될 수 없었다. 당시 최치훈 사장 2014~2015년 2년 연속 건설업계 대표이사 사장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5년은 최 사장에게 실적개선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한해였다.

또한 그는 2014년 석촌동 인근 ‘싱크홀 문제도’ 직면했다. 삼성물산이 지하철 9호선(지난 2009년 수주)을 부실시공해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한 것이다. 이후 석촌호수 물빠짐 현상으로 제2롯데월드와 서울시로 책임소재가 옮겨지면서 삼성물산을 향한 비난은 줄었다.

◇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전환…해결사 면모 보여

2015년말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최치훈 사장은 초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다음해 1월 최 사장은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합병 시너지를 내는 데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조기 성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통합 이후 최 사장이 제시한 성적표는 실망스러웠다. 삼성물산은 연결 기준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5170억원, 순손실 4350억원의 ‘실적쇼크’를 기록했다.

하지만 1분기 이후 매분기 삼성물산은 실적개선을 이어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21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1분기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 사장의 ‘조기 성과’ 약속이 4분기 만에 이뤄졌다.

◇ 오너리스크 수습, 실적개선 위한 멀티플레이어 역할 필요해

올해는 최치훈 사장에게 이중역할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개선세를 이끄는 ‘해결사’ 역할과 오너리스크를 수습하는 ‘청소부’ 역할이다. 

삼성물산 실적개선은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인적분할 시 향후 지주사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주사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부침이 적은 안정적 실적개선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 사장 본인에게도 실적개선은 중요하다. 삼성물산은 현재 건설, 패션 ,리조트‧건설, 상사 부문에 각각 사장이 있는 4인 대표체제다. 다만 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원톱 체제로 삼성물산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 추가 실적개선은 그의 부회장 승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따른 ‘오너리스크’ 극복도 최치훈 사장에게 부여된 과제다.

당장 삼성전자가 지난해 공언한 평택 반도체 공장 공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단일 기업 역대 최대 규모인 15조6000억원으로 반도체 공장 인프라, 설비 시공에 삼성물산과 함께 삼성엔지니어링이 참여한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공사 추가수주 기회 소멸 및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해외통인 최 사장의 해외영업력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 신규프로젝트 계획 시 그룹 총수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의사결정에 제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최치훈 사장의) 실적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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