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 구실로 분양가 마구 올려…수수방관하는 정부도 문제



이달 초 열린 과천1단지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1군건설사로 불리는 대형사 7곳을 비롯해 총 11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공사비만 해도 40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사업장이라 업계의 관심이 크다. 사업 참여로 마음을 굳힌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조합원과 광범위한 접촉을 시도하는 등 치열한 물밑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적 빨리 사업권 획득에 달려든 대우건설은 조합원에게 자사 고가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과천 최초로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써밋은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최고급 브랜드다. 지난 2014년 서울 용산에서 최초로 써밋 브랜드를 적용했고 이후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1·4차에도 사용했다. 

그러자 뒤따라 수주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현대건설도 자사 최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앞세우고 나섰다. 회사는 강남구 개포동과 서초구 반포동에 이어 디에이치3호 사업장이 될 가능성을 조합원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조합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수주참여 결정을 짓고 막판까지도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중 무엇을 사용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이 1년 전 브랜드 론칭당시 3.3㎡ 당 분양가 3500만원이 넘는 강남권 중심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힐스테이트의 상위 브랜드다. 조합원들은 회사 측이 디에이치로 결정하자 고분양가로 인한 수익성이 극대화될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과천은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입지가 훌륭해 그동안 시세가 높았던 곳 중 하나다. 그러나 회사가 잡은 프리미엄 브랜드 분양가 가이드라인대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엄청난 폭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 3.3㎡ 당 평균분양가는 29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역시도 당시는 고가로 평가됐다. 그 후인 과천의 기존 재고주택은 꾸준히 집값이 상승하면서 지난달 기준 3.3㎡ 당 평균가격은 3000만원까지 올랐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계획대로 디에이치를 적용하고 3.3㎡ 당 분양가를 3500만원으로 책정할 경우 평당가가 1년 새 600만원이 뛴다는 얘기다. 건설사의 사업권 획득 욕심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에 따른 피해는 수분양자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 인상→인근 재고주택 시세 상승→분양가 상승의 분양가 상승 도미노 현상이 계속된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건설사의 명분없는 집값 상승을 방관한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과천은 해당 단지를 포함해 6단지, 6단지, 7-1단지 등 총 6000여 세대에 달하는 가구가 재건축으로 올해 멸실이 예상된다. 주택수요는 많고 공급물량은 부족해 분양가격 상승이 우려되는데 정부가 이를 간섭할 법적 장치가 없다.

건설사는 정비수주 사업권 획득을 위해 보다 자극적인 공약에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브랜드네이밍은 건설사 입장에서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고도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이제 브랜드 네이밍으로 집값 띄우기만 부추길게 아니라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합리한 공약을 내놓아선 안된다. 정부역시 마찬가지다. 오르면 잡기 위해 안달이고 내리면 띄우기에 급급한 졸속 대책이 아닌 장기적 안목의 주택분양 가격정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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