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상자 낸 최초 사건이라 판례로 남아

6일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기업 임직원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가해 기업인 옥시, 세퓨,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의사 결정권자들이 4년에서 7년 징역형을 받았다. 신현우 옥시 전 대표는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이날 선고를 받은 피고 19명 중 가장 높은 형량이다. 세퓨 오모 대표 역시 징역 7년, 김원회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본부장 징역 5년,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금고 4년 등이 내려졌다. 존리 전 옥시 대표의 경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이번 사건이 가진 사회적 무게에 비해 형벌이 턱없이 가볍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은 기업이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경시해 영유아를 비롯한 대규모 사상자를 낸 최초 사건이다. 이 사건 판례는 앞으로 일어날 생활화학제품 관련 기업의 안전성 검사의무, 책임의 범위, 피해자의 권리를 규정 짓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가벼운 처벌은 결국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방치하게 하는 셈이다. 뿐 만 아니라 형사재판 이후로 미뤄진 기업과 피해자들 간 개별 민사 소송에도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사회적 파장과 피해의 무게까지 엄중히 물어야 할 일이다. 재판부는 선고를 내리면서 업무상과실치사상 최고형이 5년,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최고형이 2년이라는 점을 밝혔다. 신현우 전 대표에게 선고한 징역 7년은 재판부가 유죄가인정되는 피고인들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증거와 증인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존 리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사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시간에 위로가 되지도 못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최종 변론기일에서 피해자 유가족 대표는 “가습기에 살균제를 넣었던 자신의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옥시 회사 앞에서 분신자살이라도 하고 싶다”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심리적 자해하는 순간에도 신현우 전 대표는 피해자가 아닌 판사를 바라보며 신을 찾았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됐는지 감당하기 어렵다”며 “평안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지난 공판 과정에서 주요 가해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퇴임 이후 일어난 피해까지 책임이 없다’는 식 논리로 일관해왔다.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 역시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신이 있다면 저 기도를 들어주지 말아달라”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해 사건의 크기와 무게에 맞는 죄값이 내려져야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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