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일시중지 다음달 15일까지 대화 재개…협상 결렬시 100억원 손실 불가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사측에 휴전을 제안했다. 조종사 노조는 회사측과 임금인상률 차이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항공업은 2008년 시행된 필수유지 업무제도 탓에 전체 노조원가 파업할 수 없다. 이에 파업의 파급력이 기대치를 밑돌자 노조가 ‘쉼표’를 찍고 대화 재개에 나섰다.
노사는 다음달 15일까지 집중교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사간 임금 인상률 차이가 너무 크다. 업계에서는 1월 파업을 재개할 시 추가 손실이 100억원 이상 발생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사가 극적인 타협안을 마련하고 새해 정상운행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28일 조종사 노조는 31일까지 벌이기로 했던 부분파업을 29일 0시를 기해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존재하는 한 파업이라는 단체행동권이 무의미할 정도다”며 “회사가 전향적인 임금교섭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2008년 시행됐다.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되는 ▲철도·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사업체에서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때 일정 인원을 반드시 업무에 투입해야 해야 한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에 따라 이번 파업에 80%에 달하는 조종사가 참여하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필수유지업무제도 탓에 파업카드가 빛을 잃자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파업기간을 늘려 잡고 사측을 압박하는 안이 있었지만, 이 경우 승객 불편이 야기돼 노조를 향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고 조종사 피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노조는 잠시 휴식기를 갖고 사측과 집중교섭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조종사 노조 파업 탓에 발생한 결항 및 예약취소 등으로 대한항공이 하루 10억 가까운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22일부터 28일까지 약 7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부채 비율만 917%(9월 기준)에 이르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다.
조종사 노조는 집중교섭 기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시 1월 중 파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조종사 노조는 임금인상률 29%, 사측은 1.9% 인상안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입장 간극이 워낙 커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노사 중 한쪽이 사실상 ‘통큰 양보’를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국 조종사 노조가 다시 파업카드를 꺼내들 경우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노조가 10일 간격의 부분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100억 가까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고된다.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애 쓰고 있는 대한항공으로서는 파업을 최대한 막아내는 게 새해 숙제다.
박종국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일시적으로 파업을 중지했지만 2015년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는 현재진행형이다”며 “다음달 15일까지 협상에 실패할 경우 언제든 파업은 다시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명분 없이 연말연시 성수기를 기해 파업을 밀어붙인 점은 유감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파업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