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과잉대출 문제…소멸시효 지난 채권, 추심 원천 금지 법제화를"

김연희 주빌리은행 활동가는 소멸시효가 지난 빚을 탕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26일 밝혔다. / 사진= 주빌리은행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금리 대출을 지적 받은 산와머니, 러시앤캐시, SBI저축은행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소각했다. 금융당국도 채무자 보호를 위해 소멸시효(5년)가 완성된 채권에 한해 추심·매각 행위를 행정지도로 금지했다.

 

금융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도 재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채무자들이 채권 소멸시효가 지날때까지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연희 주빌리은행 활동가는 소멸시효가 지난 빚을 탕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빌리은행은 부실 채권을 매입하거나 양도받아 소각하는 시민단체다. 현재까지 소각한 채권 원리금은 6058억원에 달한다.

 

김연희 활동가는 장기 연체 채무자들의 경우 주로 생활비 등 기본적 생존을 위해 돈을 빌렸다고 밝혔다. 그는 "채무 상담을 해온 장기 연체 채무자들은 주로 월세, 생활비, 의료비 등 삶의 필수적 이유로 돈을 빌렸다"며 "이들의 주거, 의료를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빌려 해결했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금융사로부터 빌린 빚, 즉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말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활동가는 금융사의 과잉대출 관행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불법 사금융 업체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정말 돈을 갚을 수 있는지 능력을 보지 않고 대출 영업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소득이 없어도 기존 대출이 있어도 대출을 해준다. 기초수급자에게까지 대출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에 대한 연체, 채무 불이행 책임은 채무자에게 지운다"며 "과잉 대출을 부추기는 금융사들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희 활동가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과 매각을 법으로 원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0년 1월~2015년 3월 사이 162개 금융사가 4122억원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대부업체에 120억원에 팔았다. 

 

김 활동가는 "금융사들은 5년 이상 방치한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원금의 2~3% 수준으로 대부업체에 팔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헐값에 사온 채권을 되살려 추심해 수익을 낸다"며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법률안을 개정해 추심과 매각을 원천적으로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대출채권을 인수한 대부업체 등은 시효를 되살려 채무자에게 추심한다. 채무자에게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알리지 않고 소액만 우선 갚으면 채무액을 줄여준다고 속인다. 채무자가 소액이라도 갚으면 시효가 되살아난다. 채무자들을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채무자 이의가 없으면 지급명령 확정으로 시효를 되살리기도 한다. 

 

김연희 활동가는 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채무자들이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면 정상적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신규 대출이나 카드 발급 등 모든 신용거래를 할 수 없다. 재산압류, 통장 압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연체금을 모두 갚아도 연체기록이 장기간 보존돼 여러 금융 거래에 제약을 받는다. 50만원 이상을 3개월 연체하면 신용정보가 공유된다.

 

그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빚을 갚지 못한 이들은 5년 혹은 10년 이상 신용불량자로 살면서 취업, 은행 이용, 병원 이용 등에서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며 "특히 이들은 돈을 갚으려면 직장에 취업해야 하는데 직장을 다니려해도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채권 소멸시효가 지난 여러 채무자들은 건설 일용직 등에 종사하고 있다. 불안정한 직업의 저소득자가 대부분이다"며 "금융사가 채권 소멸시효를 되살린 경우, 10년 이상 금융사의 추심 행위로 인한 고통도 겪었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실제로 채무자들은 여러 채무가 있는 경우에도 하나의 채무가 탕감되면 새 출발의 의지를 보였다"며 "이들을 정상적 삶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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