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 가계부채 경착륙시키고 가계소득 높여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지난 9일 가결됐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박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다. 전문가들은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끈 원동력으로 국민들의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와 염원을 꼽았다. 박 대통령 재직 4년여간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농단, 메르스 사태 대응 미흡 등이 국민들에게 촛불을 쥐게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최대 가계부채를 일으켰고 국민들은 빚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이제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가계부채 폭탄은 다음 정부로 넘어갔다.


가계부채는 현재 1300조원을 넘었다. 사상 최대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13년 1분기말 기준 가계부채는 962조8700억원이었다. 4년 새 330조원 늘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는 298조8000억원이다.

가계부채 급증은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기조 때문이다. 박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까지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대표적으로 2014년 7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현 새누리당 의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늘었다. 최경환 의원은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회의원 300명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경제성장도 편향시켰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의 돈이 대거 건설사로 흘러갔다. 이에 건설투자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올 3분기 GDP 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2.7%다. 건설투자 기여도가 1.8%포인트로 내수 항목 중 기여도가 가장 높다. 기여율로는 66%다. 건설투자 증가가 성장률 증가를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금융 자원의 주택 부문 집중이 향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분석한다. 주택 시장을 뒷받침할 요인이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가계 소득은 정체됐고 주택 수요층인 생산가능인구는 내년부터 줄어든다.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2금융과 불법 사채 대출이 급증했다.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와 고령층 빚이 늘었다.

3분기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77조7400억원이다. 전분기보다 11조120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액이다. 대부업체 대출액도 늘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대부잔액은 13조2000억원이다. 1년전보다 2조원 늘었다. 이용자의 65%가 생활비 용도로 돈을 빌렸다. 금리는 연 29.9%다. 평균 연이율 110%의 불법 사금융 대출액도 늘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지난 10월 조사에 따르면 43만명이 불법 사금융업체를 이용했다. 사금융 대출액(추정)은 24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사금융 대출액(추정) 10조5000억원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2금융권과 대부업체 채무자들은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층이 많다.

자영업자 대출도 급증했다.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9조7222억원이다. 지난해 6월말 보다 12%(26조8178억원) 늘었다. 특히 개인사업자 가운데 50세 이상의 대출 비중이 늘었다. 50대 이상 대출 비중은 2014년 1월 61.2%에서 지난 6월 63.7%로 2.5%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올 초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조치를 시행했다. 저축은행의 연체 판단기준과 충당금적립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8일 경제 전문가 62명을 상대로한 조사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2017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추가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는다.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 10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89%로 9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이후 3개월 연속 올랐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 1조9000억원 늘어난다. 현재 가계대출의 65%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가계부채 급증과 대출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은 커졌으나 은행들 순익은 늘었다. 국내 일반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7000억원으로 지난 한해 순이익 4조4000억원을 3분기만에 넘었다.

가계부채 폭탄은 지난 4년 정부 정책과 은행의 수익 추구 결과다.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 집을 산 가계 책임도 있다.

다음 정부는 가계부채 폭탄을 좋든 싫든 떠 맡았다. 다음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경착륙시키고 가계소득을 높여야 하는 임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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