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세수 부족, 재정건전성 경고등
공제 등 국세 감면은 오히려 늘어나
국채 발행·증세 모두 쉽지 않은 상황
“그나마 부가세 현실화 고려할 만”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세수 부족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국세 감면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정부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지출은 늘리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감면제도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국채 발행과 증세 모두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현실화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세 수입 부족이 되풀이되고 있다. 2023년 56조4000억원, 지난해는 30조8000억원의 세수부족이 나타났다. 이는 정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실적, 부동산 시장 등 자산시장 부진, 부정확한 재정당국의 세수추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도 세수실적 등을 감안할 때 세수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기준 국세수입 대비 세수 진도율은 70.1%로 저년 동기간 진도율(69.0%)보다는 높지만, 최근 5년 평균 진도율(70.5%) 보다는 낮았다. 정부는 세수부족 발생을 예상하고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에 10조3000억원 규모의 세입 감액 경정을 통해 예산 규모를 줄였다.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발행이 늘어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2차 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 규모를 반영하면 국내총생산 대비 49.1%인 1301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재정 운용의 안정성을 해쳐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부담에 재정당국은 세수부족에 대해 국채발행 없이 대응하기도 한다. 세계잉여금, 기금의 여유재원, 지방교부세 감소, 불용 등을 통해 세수펑크를 메우지만 이또한 재정운용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낮춘단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세수 부족에도 국세감면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세감면은 납세자가 각종 공제나 세액 감면 혜택을 통해 실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금액을 의미힌다. 연말정산 시 적용되는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기업의 투자세액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국세감면액은 2016년 37조4000억원에서 2023년 69조8000억원으로 연평균 9.3%씩 증가했고, 지난해와 올해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감면율 또한 법적 국세감면한도를 초과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감면율은 16.3%로 법령상 국세감면한도(14.6%)를 상회했다. 조세감면이 늘어나는 요인으로는 조세특례제도의 경직성과 감면 항목의 확대와 갱신 관행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정분야 전문가는 “한번 도입된 조세특례나 공제 제도는 정책 효과가 끝나도 폐지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대표적”이라며 “조세특례 대부분은 일정 기간 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연장 여부를 검토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폐지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과거 현금 거래 중심의 소비행태를 개선해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금은 대부분 국민이 카드로 결제하기에 정책목적이 사실상 달성됐지만 제도 폐지는 여론과 이해관계자 반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 감면 제도들이 계속 유지되면서 국세 감면 구조가 커지는 것이다.
세수부족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지출 축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증세나 국채 발행뿐이다. 미래세대 부담을 감안할 때 국채 발행은 가급적 신중해야 한단 진단이다. 다만, 증세 또한 정치적 부담이 커 정부가 적극 나서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세율을 올릴만한 여지가 있는 세목은 부가가치세가 꼽힌다. 부가세는 물가와 직결돼 정부가 그간 인상에 신중했지만 다른 세목보다 상대적으로 세율 조정 여지가 있다. 부가세는 소득과 직접 관련된 세금이 아니라 역진적이란 이유로 그간 쉽사리 손대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 도입 이후 기본세율은 10%로 유지돼왔고 한때 탄력세율 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폐지됐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부가세율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다만, 부가세를 올리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어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며 “세수 확충의 근본 해법은 경기 회복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세율을 높이더라도 세수는 오히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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