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연례협의 발표, 단기간 확장재정 적절 평가
정부 재정투입 탄력 전망, 부작용 부담도 ‘상당’
“유동성 청년층에 불리, 장기간 재정지출 부적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회복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를 간과할 수 없단 지적도 나온다. 확장재정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재정 투입에 따른 효용성을 따져보고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수 있는 사각지대도 돌아봐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24일 기획재정부는 IMF의 2025년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라울 아난드 IMF 한국 미션 단장을 비롯한 협의단은 지난 11일부터 방한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경제부처와 면담을 가졌다. 

IMF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해 0.9%에 그치겠지만 내년엔 1.8%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목표 수준인 2%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아난드 단장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잘 안착돼 있고 물가 리스크가 전반적으로 균형잡혀 있어 통화정책 완화는 성장 회복세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완화적 통화, 재정정책에 대해선 충분한 정책 여력, 목표 수준에 근접한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아난드 단장은 “정부당국의 단기적 재정기조와 2026년 예산안의 지출 우선순위는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대규모 재정지출 압력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노력이 재개돼야 한단 점도 지적했다.

IMF 발표는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경기 침체와 민생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해왔다. 새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단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예산안도 적자 국채를 100조원 이상 발행하는 확장 기조로 편성했다. 기재부는 “재정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재정을 투입해 민간 활력, 경제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확장재정은 필연적으로 국가부채를 늘린다. 최근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결국 재정 압박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통화완화와 맞물려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채이자 지급은 연간 약 30조원으로 GDP 대비 1%, 국가예산의 4% 수준이다.

국가채무비율이 국제적 관리 기준에 근접하는 것도 부담이다. IMF는 올 연말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을 GDP 대비 54.5%로 내다본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개국 중 비기축통화국 11개국 평균(54.3%)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은 대외신인도의 취약성을 고려해 국가채무비율이 6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장된다. 재정적자의 경우 GDP 대비 3% 이내가 바람직하나 우리나라는 약 4% 수준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의 확장재정이 아직 위험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부채와 이자 부담이 커지면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확장재정 운용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이 경제 전반을 살리는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분배의 형평성도 중요하다. 전 국민과 산업에 고르게 지원되지 않으면 특정 연령대나 산업군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예를들어 고령층 지원에 집중하면 청년층 일자리 대책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질 수 있고, 제조업 중심의 경기부양책은 서비스업이나 소상공인으로 제대로 확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재난지원금 정책이 취약계층 지원보다는 중산층 이상의 소비 여력 확충에 치우쳤단 평가가 나온다.

김 교수는 “확장재정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층이 불리해질 수 있다”며 “확장재정은 한두번은 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쓰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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