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세액공제 이월 기간 20년 이상으로 연장”
LG디스플레이 “직접환급제, 제3자양도제 등 도입 필요”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정부에 디스플레이산업 세액 공제 제도 개편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세액 공제의 이월공제기간 연장과 직접환급제도 등이 주골자로, 좀 더 효율적인 세액공제 지원이 활성화돼야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성장을 가속화하는 중국업체들에 맞서 경쟁할 수 있단 주장이다.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산업 국회 포럼 정책토론회에서 “디스플레이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장시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 필요한 산업이며, 특히 OLED, 마이크로 LED 무기발과 소재 등은 차세대 라인에 투자할 경우 길게는 15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세액 공제 이월 기간이 10년이라면 투자 유인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 유예 기간을 최소 20년 정도로 연장하는 제도로 정비해주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고 더욱 선제적이고 과감한 기술개발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액 공제 이월제도는 세액공제 혜택을 다른 과세기간으로 옮겨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 특정 연도에 혜택받지 못한 세액공제액이 있다면 그 금액을 이후 과세연도에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20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 바 있지만, 업계에선 경쟁국 대비 해당 기간이 여전히 짧아 중장기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박 부사장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과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은 확대되고 있는데 현행 제도는 법인세에 국한돼 있으며 기업이 영업적자 등 상황에 있으면 실제 공제로 활용 못하는 금액이 발생하는 구조이기도 하다”며, “미국은 최대 20년 이상, 독일과 영국은 사실상 무기한으로, 우리나라는 이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짧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직접환급제와 제3자양도제 신설을 필두로 한 세액 공제 관련 산업정책을 제시했다.
직접환급제는 손익 관계없이 그해 바로 일정 비율에 따른 공제액을 정부가 기업에 직접 환급해주는 제도이며, 제3자양도제는 만약 세액 공제를 받지 못했을 경우 다른 기업이나 업계로 전환해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세액 공제 제도는 당해 법인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연간 영업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할 경우 법인세를 내지 못하면 그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다음 과세연도로 이월할 수밖에 없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사실 대기업이 세금에 대한 공제를 이런 식으로 직접 받을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장치산업이다 보니 조단위 투자가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그해 아무리 사업이 잘되더라도 적자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 다음해에 R&D 투자에 대한 결실이 있겠지만, 현행 제도가 법인세에서 차감하는 구조다 보니 그해 이익을 내지 못하면 가장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지원받지 못하는 딜레마가 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그해에 직접 환급해주고 필요한 부분을 양도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훨씬 더 발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계에선 패널업체들이 국산 소재 또는 부품 등을 활용할 시 그 비중만큼 감세 혜택을 주는 등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김병욱 동진쎄미켐 사장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 국산화 비율은 70%대로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일부 원천 장비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으며, 일본, 미국, 독일 등 나라들이 소재와 장비 점유율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재·부품 회사 기준으로 보면 기술력이 경쟁국 대비 결코 밀리지 않지만, 산업계에서 보장해주는 시장 규모가 이들 회사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국처럼 국산을 일정 비중 이상 채택한다면 그에 따른 세액 공제 등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한다면 우리와 같은 소부장 회사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전엔 패스트 팔로우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우리도 퍼스트 무브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공률이 낮은 다양한 R&D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첨단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과 인력 보호를 위한 법 규제 강화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국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해외로 유출된 국가핵심기술 33건, 산업기술 105건 중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건수는 각각 22건, 22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간 반도체 부문과 함께 기술 유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박 부사장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2003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탈취된 첨단 기술은 952건, 피해 규모는 100조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는데, 2021년 기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33건 중 실제 유기징역 처분은 두건에 불과했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국가 핵심기술 해외 유출 사범의 경우에 죄질에 따라서 징역 18년까지 선고 가능하도록 양형 기준을 신설했지만, 미국의 경우 경제 스파이법을 적용해서 징역 30년도 가능한 간첩죄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술 강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기술 유출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서 대폭 강화된 처벌도 꼭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