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OE, 8세대 가동 시점 앞당겨···비전옥스·CSOT도 투자
삼성D, 내년 상반기 가동 임박에도 3년 내 캐파 추월 위기
LGD는 신규 투자 계획 없어···8세대 초기 투자에 최소 3~4조원 필요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향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주도권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IT용 8세대 패널 생산능력(캐파)에서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투자에 나선 BOE가 양산 시점을 기존 내년 하반기에서 내년 초로 앞당겼으며, 비전옥스, 차이나스타(CSOT)도 뒤따라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제적으로 8.6세대 OLED 투자를 발표하며 양산을 앞두고 있지만, BOE와 양산 시점을 크게 벌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신규 투자에 대한 계획이 부재한 상황이다.
30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패널 제조사인 BOE는 B16 공장에 구축 중인 IT용 8.6세대 OLED 라인 가동 시점을 기존 내년 하반기에서 내년 초로 계획을 앞당겨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국내 장비사인 선익시스템으로부터 증착기 공급이 시작됐으며, 8월 반입이 완료됐다. 초기 투자 규모는 월 생산량 7500장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B16 라인의 첫 양산 제품은 중국 현지 세트업체의 노트북용 OLED 패널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애플용 14.8인치 맥북 패널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023년 가장 먼저 아산 공장에 IT용 8.6세대 투자를 발표한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보다 6개월가량 양산 시점이 빠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엔 이 격차가 크게 좁혀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BOE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장비 발주가 약 6개월 정도 늦었기에 양산 시점도 6개월가량 늦어야 일반적인데, 당초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던 양산 시점이 내년 초 정도로 앞당겨질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양산을 앞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BOE 외에도 비전옥스, CSOT 등 기업들이 앞다퉈 8.6세대 IT용 OLED 라인 투자를 발표한 상황이다. CSOT는 광저우 T9 라인 인근 T8 부지에 8.6세대 잉크젯 프린팅 OLED 라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내년 9월 장비 반입을 시작해 2027년 6월 시양산을 시작한단 계획이다.
CSOT는 라인 투자를 두 개로 나눠서 진행할 예정인데, 초기 1개 라인 투자 규모는 월 생산량 1만 5000장 수준으로 파악된다. 비전옥스 또한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V5 공장을 8.6세대 IT용 라인으로 구축 중이며, V5의 경우 현재 지붕 공사까지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V6 라인 투자도 킹다오에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이사는 “앞으론 OLED 성장이 기존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PC, 자동차 등으로 옮겨갈 텐데 가장 위기를 느껴야 하는 부분은 모바일 PC용 OLED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6세대로 대응하는 것이 버거울 것이란 점”이라며, “내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초기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중국업체의 8.6세대 캐파가 한국업체의 캐파를 압도하는 시기가 2028년 정도로, 굉장히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이 (8.6세대 IT용 OLED에서) 초반부터 거의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데, 캐파까지 3년 만에 따라잡히게 된다면 높은 성장세의 모바일 PC 시장에서 과연 한국이 계속해서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위기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선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8.6세대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6일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업 필요성과 재무 상태, 투자 경쟁 구도 등 여러 관점에서 투자를 검토 중이며, 가지고 있는 (6세대)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투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8세대 IT용 OLED 설비는 애플을 비롯한 세트업체들이 태블릿과 노트북 등 신제품에 OLED를 채용하는 추세가 빨라지자 여기에 발맞추기 위한 전용 생산설비로, 기존 6세대 대비 원장 한 장에 2배 이상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다만, 증착장비 등 주요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 높은 투자 규모가 요구된다. 디스플레이업계는 8세대 1차 투자에 3조~4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IT용에서 8.6세대로 신규 투자를 할 것인지, 신규 투자보다는 내실을 더 다진다는 의미에서 기존 6세대로 더 대량 생산하는 방향으로 들어오는 물량들을 소화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 발표한 투자 규모로는 8.6세대에 대한 신규 투자는 어렵고, 만약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추후 신규 투자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