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런, 기존 부품·모듈 위주에서 장비로 사업 영역 확대
LG디스플레이도 공급망 다각화로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탑런에이피솔루션이 LG디스플레이 주요 양산라인에 공식 장비 공급업체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공식 장비 협력사로 벤더 등록을 완료한 이후 첫 양산 검사장비 수주를 달성했다.
공급 품목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광학 보상 장비와 EEPROM(이투피롬) 검사장비가 포함된다. 이투피롬은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데이터를 쓰고 지울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탑런에이피솔루션은 OLED 모듈의 EEPROM 칩에 저장된 패턴 데이터를 불러내 정상 구동 여부를 점검하는 검사장비를 양산라인에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패널을 안전하게 고정·이송하는 캐리어 지그(Carrier Jig)도 함께 공급한다. 캐리어 지그는 디스플레이 모듈 조립·검사 라인에서 얇은 패널을 안전하게 고정·이송하는 핵심 장치로, 그간 단일 업체가 독점해 온 시장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탑런에이피솔루션이 공급망에 신규 진입함에 따라 가격경쟁력과 수급 안정화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장비들은 디스플레이 모듈의 점등·패턴 검사, 광학 특성 보정, 조립 안정성 확보에 이르기까지 양산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 장치들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향후 라인 증설이나 모델 교체 과정에서 반복적인 수주가 가능한 안정적 매출 구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분야에서 시장 내 입지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출발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탑런에이피솔루션은 이번 수주의 가장 큰 특징으로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패턴 제너레이터를 검사장비에 처음 적용했다는 점을 꼽았다. 패턴 제너레이터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색상과 영상을 화면에 띄우는 구동 신호 발생 장치로 불량 화소나 색상·휘도 편차를 조기에 잡아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적용을 통해 탑런에이피솔루션은 고객사의 실제 양산라인에서 장치 성능을 직접 검증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탑런에이피솔루션은 전장 디스플레이·OLED 부품 전문 제조업체 탑런토탈솔루션의 계열사로, 탑런토탈솔루션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계열사를 주요 거래선으로,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엔 전장용 부품 고객사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전날에는 중국 완성차 업체 지리자동차(GEELY)와 14.6인치 중앙 컨트롤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차량 내 주요 주행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핵심 전장 디스플레이로, 탑런토탈솔루션은 계약에 따라 월 4만대, 총 3년간 140만대 규모의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양산은 2026년 1분기부터 중국 남경 탕산 인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지난달엔 또 다른 중국 완성차 업체인 체리자동차(CHERY)의 전기차 라인업에 디스플레이 백라이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탑런 그룹은 이번 탑런에이피솔루션의 검사장비, 캐리어 지그 등 수주로 기존 부품·모듈 위주 사업에서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박영근 탑런토탈솔루션 대표이사는 “이번 성과는 단순한 신규 수주가 아니라, 탑런 그룹이 디스플레이 장비 밸류체인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라며, “계열사 간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