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 심사 이르면 이달 마무리
양사 시너지 통해 경쟁력 극대화···SSG닷컴, 존재감 입증 필요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 설립 심사가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JV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한 둥지 아래 두는 빅딜이다. 국내 이커머스 지형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SSG닷컴 역할론에 관심이 모인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진행됐던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 심사가 이르면 이달 마무리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기업결합 안건을 상정하는 전원회의를 열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커머스 공룡 ‘그랜드오푸스홀딩’ 출범 임박
공정위는 지난 1월24일 기업집단 신세계 소속 계열회사인 아폴로코리아가 중국 알리바바그룹 소속 계열회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주식 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했다.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이 공동 지배하는 그랜드오푸스홀딩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앞서 이마트는 2021년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면서 신세계 계열 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G마켓은 쿠팡과 네이버에 이은 3위 이커머스 기업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오픈마켓 시장에서 수평결합이 발생하고, 간편결제(SSG페이·스마일페이 등) 시장과 오픈마켓 시장에서의 혼합결합 등 다양한 결합유형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합작법인 시너지를 기대 중이다. G마켓은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기획을 다변화할 수 있고, 셀러의 해외 판로 확대가 가능하다. 알리익스프레스도 G마켓의 물류센터,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다소 부족한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경쟁 사업자, 전문가 등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면서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기준, 절차에 따라 면밀히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면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 후 커졌던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마트는 3조4400억원을 들여 G마켓을 인수했지만, G마켓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G마켓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8% 내린 3818억원, 영업손실은 258억원 늘어난 41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는 지난 2월 ‘이마트-에메랄드SPV-아폴로코리아-G마켓’으로 구성된 지배구조를 ‘이마트-아폴로코리아-JV’로 간소화하기 위해 이마트가 특수목적법인 에메랄드SPV를 흡수합병했다.
일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최근 외국인투자기업 등록을 말소하고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로 한국기업 신고를 마쳤다. 이전까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운영 주체는 ‘알리바바닷컴 싱가포르 이커머스 비공개 유한회사’였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법인세·소득세 감면, 비자 발급 우대 등 혜택을 받지만, 한국 기업이 되면 국내법에 따른 경영 공시 등 강화된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성장 본격 재개’를 선언하면서 해외 기업과 JV를 설립하는 것은 그룹이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며 특히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합작법인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핵심 경쟁력을 한데 모아 사업 시너지를 높일 뿐 아니라 근본 체질을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의도다.
◇신세계의 또 다른 이커머스, SSG닷컴의 향방은
문제는 SSG닷컴이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기업이다. 업계선 JV가 설립되면 SSG닷컴의 존재감이 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SSG닷컴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 SSG닷컴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 내린 7071억원, 영업손실은 182억원 늘어난 491억원으로 기록됐다.
최근 SSG닷컴은 퀵커머스 바로퀵을 론칭한데 이어 내달 첫 오프라인 페스타 미지엄을 연다. SSG닷컴은 신선식품에 방점을 찍고 경쟁사와 차별점을 두겠단 구상이다. 실적과 별개로 SSG닷컴의 거래액은 4% 오른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수년간 지속된 적자는 SSG닷컴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무엇보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 계열분리에 있어 유일하게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정용진·정유경 남매 간 독립 경영 체제가 도입됐지만,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씩 갖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가 필요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한 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계열분리 승인을 위해 상호 주식 소유 요건과 임원 겸임 관계, 채무보증·자금대차 관계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쪽이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업계선 이마트가 보유한 SSG닷컴의 지분이 높은 만큼, 신세계의 SSG닷컴 지분이 이마트에 넘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앱에서 백화점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큰 경영 기조 변화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지만 추가 지분 정리는 필요하다”면서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SSG닷컴은 기존과 동일하게 신세계그룹 통합 이커머스 채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