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용자 단골력 높이는 파트너십 확대
유일한 쿠팡 대항마···컬리·롯데·CJ와 동맹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네이버가 반(反) 쿠팡 연대 구축에 나선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컬리와 롯데, CJ대한통운 등과 동맹을 맺고 배송력, 물류를 보완했다.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반쿠팡 연대가 어떤 효과를 낼지 시선이 모인다.

9일 네이버는 컬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사용자 단골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확보한 4000만명의 이용자와 컬리의 물류 역량을 더함으로써 수익성을 강화하는 일명 윈-윈(win-win) 전략을 펴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와 컬리 협업, 두 회사 모두 자신감

네이버와 컬리는 지난 4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공동 TF팀을 꾸렸다. 양사는 상품과 마케팅, 물류 등 전 영역에 걸친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컬리가 외부 플랫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부터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과 김슬아 컬리 대표, 정경화 네이버플러스스토어 프로덕트 리더. / 사진=네이버
왼쪽부터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과 김슬아 컬리 대표, 정경화 네이버플러스스토어 프로덕트 리더. / 사진=네이버

이번 협업은 네이버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성사됐다.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은 “우리가 컬리에게 러브콜을 많이 보냈다”면서 “신선한 상품을 얼마나 빨리 잘 배송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컬리라고 생각했고 경영진을 열심히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는 콩나물, 두부를 잘 팔 자신이 없고 새벽배송을 하려면 콜드체인 등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투자보다 건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양사의 협업 결과물은 이달 초 ‘컬리N마트’로 드러났다. 네이버와 컬리는 사용자의 반복 구매와 정기구독 비율이 높은 장보기 플랫폼, 멤버십,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설계했다. 컬리N마트에선 스마트스토어의 인기 상품과 컬리의 신선식품을 새벽배송을 통해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이달 초부터 네이버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에 합류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소비자는 내일 오는 수준이 아니라 내일 아침에 상품이 오기 때문에 굉장한 구매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서 “셀러들은 물류와 배송 인프라를 확대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함으로써 수익성이 확대되고, 운영자 입장에선 인프라의 효율화, 재무 성과의 개선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서 장을 볼 때 컬리 서비스가 좋다면 안 쓸 이유가 없는 기반을 만들었다”면서 “당연히 거래액과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롯데·CJ와 동맹···네이버 행보에 주목

네이버는 컬리뿐 아니라 롯데, CJ대한통운과 동맹을 맺었다.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은 쿠팡이 22.7%, 네이버가 20.7%로 단 2%의 격차를 두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총거래액(GMV)은 쿠팡이 55조861억원으로, 네이버(50조3000억원)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 시장점유율 및 거래액. / 표=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와 쿠팡 시장점유율 및 거래액. / 표=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는 쇼핑 부문에서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과 네이버 플랫폼을 결합해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로 했다. 예컨대 롯데마트·슈퍼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적립 혜택을 주고, 세븐일레븐 상품은 네이버 퀵커머스 서비스 지금배달과 연동한 프로모션을 연내 선보이는 방식이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앞서 2020년 10월 6000억원대 지분 교환을 통해 콘텐츠·커머스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네이버가 쿠팡의 독주를 얼마나 흔들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를 장악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강자까지 뛰어넘었다. 네이버는 컬리·롯데·CJ대한통운 등과 협업을 맺으며 쿠팡에게 없는 무기들을 잇따라 장착하고 있다.

네이버는 단순 협력을 넘어 확실한 충성고객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네플스) 개편에도 착수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판매자와 고객 간 단골 관계는 약 8억건에 달한다. 내년 말엔 10억건에 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네이버는 네플스에서 구매 전환율이 40% 늘었고 고객 당 구매단가는 16%, 구매 고객 중 멤버십 비중은 70%가량 증가했다는 데 주목했다. 네이버는 홈 지면에 AI 개인화 기능을 확대해 고객 니즈에 맞춰 AI 추천 영역을 강화한다. AI가 이용자의 상황과 사용성을 분석해 관련 제품을 추천해주는 AI 쇼핑 가이드 기능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쿠팡의 강점인 이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기능이다. 네이버는 확실한 혜택, 상품력을 내세워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이커머스를 장악한 상태라 다른 이커머스들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 현실”이라며 “네이버가 유일하게 쿠팡을 대항할 수 있는 회사인 만큼, 이번 전략적 협업 성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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