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신세계그룹 계열분리 본격화
계열분리 마지막 퍼즐은 ‘SSG닷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남은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각각 이끄는 남매 경영 구도를 그리고 있다. 두 남매가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며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최근 보유 중인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번 증여로 정유경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은 기존 18.95%에서 29.16%로 늘어난다. 증여 주식은 총 98만4518주로 약 1557억원 규모다. 정유경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는 법정 최고 세율인 50%를 적용, 약 778억원으로 예상된다. 증여 시점은 이달 30일이다.

앞서 올해 2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전량 10%(278만7582주)를 시간외매매로 취득했다. 1주당 취득 단가는 8만760원으로, 총 매수 금액은 약 2251억원이었다. 당시 정 회장은 93억원은 개인 자산으로, 나머지는 이마트 주식 517만2911주를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아 재원을 마련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각 부문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을 공고히 하고자 이번 증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정유경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잔여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면서, 남매간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려면 정용진·정유경 회장 외 이 총괄회장의 지분이 한쪽에서 3% 미만이 돼야 하는 등 친족 간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다만 이번 절차로 이 총괄회장의 지분 처분이 완료됐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유경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은 당시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백화점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과 뷰티, 면세점, 아웃렛 사업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대했다. 이마트부문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스타필드와 스타벅스, 편의점, 슈퍼 등 고객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 중심엔 ‘SSG닷컴’이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해 말 기준 SSG닷컴 지분을 각각 45.6%, 24.4%씩 나눠 갖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기업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선 상호 보유지분이 상장사 지분 3% 미만, 비상장사 기준 10% 미만이여야 한다.

현재로서 지분율상 신세계가 이마트에 SSG닷컴 보유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보다는 이마트와 사업적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백화점부문은 SI빌리지가 있다. SSG닷컴은 그룹의 핵심 이커머스 역할을 맡으며 패션과 명품, 뷰티, 신선식품 등 여러 제품군을 확보한 상태다.

정용진 회장은 취임 1년을 맞아 이마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쓰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대형마트 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신규 매장을 추가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추겠단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인 이마트 매장을 올해 3개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오픈한 트레이더스 마곡, 푸드마켓 고덕점에 이어 하반기에 인천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 신규 점포 3개점에 이어 2027년까지 신규 점포를 3개점 이상 열 계획이다. 또 신규 부지도 5개점 이상 확보해 점포 신설을 구상 중이다. 이마트는 신규 점포의 경우 상당수는 트레이더스로 구성할 방침이다.

그룹 매출 규조 기준 세 번째인 스타벅스도 올해 100곳 이상 신규 점포를 열 예정이다. 스페셜 스토어도 확장할 예정이다. 스페셜 스토어는 제주, 의암호 등 수려한 풍광을 갖춘 명소에 여는 ‘더(THE) 매장’과 전통시장, 고택 같은 이색 공간에 여는 ‘콘셉트 매장’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이마트는 올해 지마켓·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기업결합신고서가 제출된 상태로, 공정위 심사 마무리 후 현물 출자에 대한 법원 인가를 마치면 JV 설립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이 각 회사의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면서 “SSG닷컴은 신세계와 이마트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단기적으론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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