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서 동급 대비 상품·가격 경쟁력 앞서
일대일 비교할 모델 없단 ‘차별점’도 어필 가능
수입차 시장, 국산 입김에도 성장세···“전동화는 대세”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판매 개시한 수입 전기차 모델들. 왼쪽부터 르노 세닉 E-테크 100% 일렉트릭, 폴스타 폴스타4, BYD 씰. / 사진=각 사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판매 개시한 수입 전기차 모델들. 왼쪽부터 르노 세닉 E-테크 100% 일렉트릭, 폴스타 폴스타4, BYD 씰.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최근 수입 전기차 모델을 신규 판매 개시한 업체들이 상품, 마케팅 전략 차별화로 국산차 공세에 맞선다. 각 사는 가격, 사양 구성 등 측면에서 국산차에 대적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가격 대비 높은 상품성이나 기술력, 고급감 등을 차별점으로 앞세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 BYD, 폴스타 등 업체들이 최근 출시한 신규 전기차 모델의 환경부 구매 보조금을 책정받고 신차 출고를 개시했다.

르노 세닉 E-테크 100% 일렉트릭.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 세닉 E-테크 100% 일렉트릭.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 세닉, 국산차 제원 틈새 공략

르노코리아 세닉 E-테크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 폴스타 폴스타4, BYD 씰(Seal) 등 업체별 모델이 현재 판매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2022년 4월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한 경형 전기차 조에(ZOE)를 판매 중단한 지 3년여 만에 세닉을 내놓았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르노 프랑스 본사의 글로벌 생산전략 아래 부산 완성차 조립공장에선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해외 양산 모델을 수입하는 중이다.

프랑스 두에(Douai) 공장에서 만들어진 세닉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차량 실내외 규모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보다 작고 기아 EV3보다 크다.

르노코리아는 세닉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적용한 세닉 가격은 최저(테크노 트림 기준) 5159만원이다. 서울 시민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정부 443만원, 시 38만원씩 받으면 4678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전남 보성군 주민은 보조금 총 1092만원을 받아 세닉을 4067만원에 살 수 있다.

세닉 가격은 같은 2륜 구동방식에 비슷한 배터리 용량(84.0㎾h)을 갖춘 아이오닉5(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최저가 5450만원보다 291만원 가량 낮다. 1회 주행가능거리는 443㎞로 아이오닉5(485㎞)보다 짧다.

다만 르노코리아는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배터리 안전 기술(파이어맨 액세스) 등 국산차에 없는 신기술을 적용하고, 설계 최적화를 통해 차급 대비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중 공식 판매가 기준으로 비교할 만한 모델은 가격 경쟁력 높은 중국산 모델 BYD 아토3가 유일한 것으로 분석된다.

폴스타4가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출고되고 있다. / 사진=폴스타
폴스타4가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출고되고 있다. / 사진=폴스타

◇ 폴스타 폴스타4, 가격·옵션 선택지 확대로 차별화

폴스타는 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 높았던 폴스타2를 올해 일정 물량만 판매하고 중형 전기 SUV 폴스타4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폴스타4의 고급감에 가격 경쟁력을 더해, 한국 시장에 스웨덴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시장에 본격 어필하는 중이다.

폴스타4는 6000만원대에 판매되는 중형급의 쿠페형 SUV라는 점에서 국내 유일한 모델로 꼽힌다. 작년 9월 수입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인 511㎞를 인증받은 점과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등급(NCAP) 최고 수준 달성, 탄소배출량 저감 등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폴스타는 또한 타이어 규격별로 주행거리와 가격, 보조금이 서로 다른 모델들을 출시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폴스타4의 가격은 싱글모터 6690만원, 듀얼모터 7190만원이다. 서울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싱글모터 6494만원, 듀얼모터 20~21인치 7008만원·22인치 703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폴스타 코리아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정한 사양 구성을 갖춘 트림들을 소수 들여오는 관행에서 벗어나 인테리어 소재, 휠 사이즈, 첨단주행보조사양, 루프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 중이다. 이는 중국 공장에서 양산한 폴스타4를 들여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에 가능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BYD 중형 전기 세단 씰이 지난 7월 16일 경기 용인시 소재 서킷 용인 스피드웨이 길 위에 도열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BYD 중형 전기 세단 씰이 지난 7월 16일 경기 용인시 소재 서킷 용인 스피드웨이 길 위에 도열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BYD 씰, 성능·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 강조

BYD는 아토3에 이어 국내 출시한 두 번째 모델인 씰의 강력한 구동력과 세계 최초 적용한 신개념 배터리 구조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씰은 동급 수입차 시장에서 유일한 모델이란 특징을 갖췄다. 차량 앞, 뒤에 구동모터를 하나씩 2개 갖춰 최고 530마력을 발휘한다. BYD 코리아는 지난달 중순 차량 출고에 앞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씰의 트랙 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해 성능을 과시했다.

BYD가 전기차에 처음 적용한 셀투바디(CTB) 기술은 차량 실내 공간 확장, 주행성능, 충돌 안전성 등을 모두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배터리(배터리 팩)의 상단 커버를 차체 바닥과 융합시켜 차량 내부에서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고 탑승공간을 넓힐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를 갖춘 배터리는 충돌시 충격을 분산시키고, 비틀림 강성을 높여 주행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중국산 모델인 씰의 높은 가격 경쟁력도 BYD의 마케팅 주안점 중 하나다. 다이내믹(DYNAMIC)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인 씰의 가격은 4690만원이다. 서울에서 정부 178만원, 시 18만원 등 196만원을 지원받아 4494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기아 EV4가 서울에서 보조금 총 623만원(롱레인지 2WD 17인치 기준)을 받아 4077만원에 구입 가능한 데 비해 높은 수준이다. 다만 씰은 르노 세닉과 마찬가지로 동급 수입차 시장에선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인다. BYD는 추후 더 긴 주행거리를 달성한 2륜 모델을 출시해 고객 선택폭을 넓힐 계획이다.

1~7월 기준 수입 전기차 판매실적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1~7월 기준 수입 전기차 판매실적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각 사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전략을 확대 전개하는 가운데, 성장세를 이어가는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7월 수입 전기차 판매대수는 4만2613대로 전년 동기(3만1565대) 대비 3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승승장구 중인 테슬라의 실적을 제외해도 1만1505대에서 1만6044대로 39.5%나 증가했다.

전기차 수입 판매업체들은 내달 기아 전략 모델 EV5가 출시되는 등 국산차 공세 속에서도 수입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편승해 시장을 더욱 과감히 공략한단 방침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르노 코리아는 현재 전동화 모델이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 속에서 전동화 모델을 전략적으로 앞세우고 있다”며 “신차를 통해 브랜드의 기술력과 자부심을 적극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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