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사 신차 中 대신 부산서 위탁생산해 북미 수출
르노 車 40년 만에 美 공급 재개, 사업 저변 확대
中 길리, 美 대신 중동·남미 공략···그랑 콜레오스로 시너지
개발·생산기지 역할 부각 “미래차 프로젝트 성공할 것”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 사진=르노코리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르노코리아가 르노 본사의 북미 신차 공급 성과를 뒷받침하고, 2대 주주인 중국차 업체 길리(Geely)의 해외사업을 간접 지원하는 등 신차 개발·생산 거점으로서 역할 확대를 노린다.

7일 현재 르노코리아는 파트너사 신차의 위탁 생산과, 르노·길리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차량 개발과 양산에 매진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파트너사 위탁 생산을 통해 르노 본사의 간접적인 미국 공급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하반기 중 부산공장에서 파트너사인 스웨덴 고성능 전기차 업체 폴스타의 중형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폴스타4’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부산공장 생산 물량은 앞서 국내 출시된 중국산 동일 모델을 대체하고, 북미에 수출된다.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 전기차 혼류 생산을 위해 신규 설치한 차량 이동 장치 섀시 행거(Chassis Hanger)가 작동하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 전기차 혼류 생산을 위해 신규 설치한 차량 이동 장치 섀시 행거(Chassis Hanger)가 작동하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폴스타는 폴스타4 위탁생산을 르노코리아에 맡겨, 중국산 물량으론 사실상 불가능한 미국 공급을 추진할 수 있다. 미국이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110%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어, 기존 중국 항저우 길리(Geely) 공장에서 만든 물량으론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모든 한국산 자동차에 15% 관세가 붙기 시작했지만, 중국산에 비하면 세금 부담이 낮다.

르노코리아의 폴스타4 미국 수출은 르노 본사의 간접적인 미국 공급 재개로도 해석 가능하다. 르노는 지난 1987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던 미국에서 사업을 중단한 후 그간 재진출하지 않았다. 르노는 이후 미국 재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타진하지 않았지만, 주요 계열사인 르노코리아의 폴스타4 선적을 계기로 약 40년 만에 미국 공급 성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르노 입장에선 르노코리아를 교두보 삼아 사업 저변을 확대한 셈이다.

르노코리아 인기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가 중남미 수출을 위해 수송선으로 옮겨지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 인기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가 중남미 수출을 위해 수송선으로 옮겨지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 공동 개발한 그랑 콜레오스 수출, 길리의 해외 진출 지원사격

르노 코리아는 2대 주주인 중국차 업체 길리(Geely)가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진출 계획을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길리는 지난 2022년 5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르노코리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지분 34.02%를 확보했다. 르노코리아 최대주주인 르노 본사(52.8%)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길리는 현재 관세 부담으로 인해 사업 타당성이 낮아진 미국 대신 남미, 중동, 아프리카를 공략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이 일환으로 중동,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작년 준공한 이집트 공장에서 고급 세단 엠그란드와 보급형 모델 쿨레이 SV 등 내연기관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브라질에선 르노 브라질 법인에 지분 투자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현지 생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길리의 신규 진출국에 국내 인기 모델 ‘그랑 콜레오스’를 공급해 신차 라인업을 보강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와 르노, 길리 3개사가 공동 개발한 차량이다. 길리는 앞서 지분 투자했던 스웨덴 고급차 브랜드 볼보와 함께 개발한 CMA 플랫폼과, 가솔린 2.0 엔진 등 핵심 부품을 그랑 콜레오스에 적용했다.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남미, 중동 등지에 기술을 수출하는 셈이다.

길리는 또한 그랑 콜레오스의 수출 성과(로열티 등)를 공유하고 각 시장에 기술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미국 관세 정책을 피해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길리의 행보에 직접·간접적으로 동참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에서 인정한 신차 개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체 주주들의 글로벌 전략에 동참한 결과 실적도 확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4월 그랑 콜레오스 수출을 시작해 2개월만인 지난 6월 1000대에 가까운 선적 성과(991대)를 거뒀다. 지난 상반기 부산공장 생산 실적은 4만4782대로 작년 상반기(4만4853대)보다 71대 낮다. 다만 지난 1~2월 폴스타4 생산 공정 구축을 위해 부산공장 휴업을 단행한 점을 고려하면 생산 실적을 바짝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코리아 장부가치 추이. / 자료=삼성카드 사업보고서 재가공.
르노코리아 장부가치 추이. / 자료=삼성카드 사업보고서 재가공.

르노코리아는 이 같은 사업 호조에 힘입어 기업 자산가치를 늘리고 있다. 르노코리아 지분 13.13%를 보유 중인 삼성카드의 보고서 내 수치를 통해 르노코리아 장부금액을 역산출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1조2506억원으로 전년(1조2056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장부금액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유형·무형자산 가치를 수치화한 지표다.

최근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르노코리아의 신차 생산,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존재하는 점은 르노코리아의 과제로 꼽힌다. 미국 행정부가 산업 활성화 목적으로 오는 10월 1일부로 전기차 구매 세제혜택을 폐지하는 점도 전기차 수요 위축을 유발할 악재로 꼽힌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주어진 미래차 개발,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업황에 대응해나간단 방침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는 르노 그룹 중대형 차량의 핵심 개발 및 생산 허브로 지정돼 그룹 내 비중이 더욱 강화했다”며 “미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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