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산업부 장관 등 주요 인사 미국서 총력전
원자력 협정 및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논의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다가온 가운데 한국 외교·산업통상 수장이 워싱턴 DC로 집결해 총력전에 나선다.
정상 회담에서 최대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전방위 조율을 진행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각각 미국에 방문해 관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조 장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접촉했다.
특히 조현 장관은 이 대통령의 23일 일본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 수행을 건너뛰고, 경유지를 거쳐 서둘러 워싱턴으로 향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돌발 일정이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을 더 긴밀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장관들이 잇따라 워싱턴을 찾은 것은 단순 의전 차원이 아닌, 주요 현안을 사전에 최대한 조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 간 첫 만남인 만큼 양국 모두 얻고자 하는 성과가 명확하지만, 일부는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허용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미국이 그간 핵무기 비확산 원칙 아래 선을 그어온 민감한 의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병력 규모,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양측이 이해관계가 다른 대표적인 분야다.
미국은 주한미군 활동 반경 확대에 한국의 명시적 동의를 얻고 싶어 하지만, 한국은 한중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통상 현안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말 양국이 관세와 무역 관련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추가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디지털 무역장벽 완화 등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분야가 추가 의제로 부각될 수 있다. 이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발표된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개방이나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한다면 국내 여론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조현·김정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민감한 현안을 조율하고, 쟁점 사안은 가능한 절충안을 마련하거나 후속 논의로 넘기는 방식으로 정상회담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월 무역합의 직전에도 구윤철 경제부총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정관 장관 등이 미국을 찾아 총력전을 벌인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정상회담 합의 내용은 공동성명 등 공식 발표문 형태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주요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