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동포 희생과 애국심 잊지 않을 것”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과거사 보다 미래 협력 무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을 공식 방문하며 한일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선다. 이 대통령은 이후 미국으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일·한미 동시 외교 행보를 이어간다.
23일 이 대통령은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본격적인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일정은 도쿄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하며, 재일동포 간담회와 한일 정상회담, 비공개 친교 만찬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도착한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재일 동포들을 만났다.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는 재일동포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굴곡진 대한민국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재일동포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어 “정부는 여러분의 애국심을 결코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하고 보답하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일본 땅에서 펼쳐진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 흔적을 되짚으며 “2·8 독립선언이 발표된 YMCA 강당, 독립만세운동이 울려 퍼졌던 히비야 공원 등 도쿄 곳곳에 동포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이곳에 서니 마음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식민지 시절의 아픔과 분단의 고통 속에서도 재일동포들은 모국의 든든한 후원자,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며 존경을 표했다.
특히 간담회에서는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직시해야 할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있다”며 “간첩 조작 사건 등으로 억울하게 고통받은 재일동포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100년 전 아라카와강변에서 벌어진 참혹한 간토대학살,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넋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반복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양국 정상은 이날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회담 후에는 비공개 친교 만찬이 예정돼 있어 개인적 유대 강화를 위한 시간도 갖는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이후 67일 만으로, 이번 회담은 한일 관계를 개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방일을 앞두고 아사히·마이니치·닛케이·산케이 등 일본 주요 언론과의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도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제 신념이자 정부의 대일 외교 원칙”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전략 과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방일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에는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정계 인사들을 만나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의견을 청취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