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2Q 실적 상승···LG생건 뷰티 부문 적자 전환
에이피알, LG생건 시총 넘어서···디바이스 경쟁 주목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과 국내 뷰티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LG생활건강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LG생건은 뷰티 상장 후발주자인 에이피알에 시가총액까지 뒤처졌다. 수년간 지켜온 뷰티 투톱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아모레퍼시픽·에이피알’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2분기 매출 1조50억원, 영업익 73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아모레퍼시픽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모레퍼시픽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모레·LG생건, 2Q 실적에 희비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늘어난 5536억원, 영업익은 164% 증가한 402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4364억원, 영업익은 611% 늘어난 36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데일리뷰티 사업의 고른 성과, 서구권에서 지속해온 고성장, 중화권의 사업 거래 구조 개선 효과를 바탕으로 실적이 크게 늘었다”면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에스쁘아, 아모스프로페셔널, 오설록 등 주요 자회사도 브랜드 가치 강화를 통해 그룹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은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4% 줄어든 6046억원으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 기준 LG생건의 뷰티 부문 매출은 1조3127억원, 영업익은 426억원으로 각각 11.5%, 70% 감소했다.

국내 헬스앤뷰티(H&B)숍과 북미 아마존, 일본 등 주력 채널은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돼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 또 면세, 방판 등 전통 채널들의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며 실적이 하락했다.

LG생활건강 뷰티 부문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LG생활건강 뷰티 부문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LG생건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의 성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해 과거와 동일하게 M&A에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에 시총 역전당한 LG생건

문제는 K-뷰티 성장세에도 LG생건이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이날 종가 기준 LG생건의 시총은 4조5761억원, 에이피알은 6조5436억원으로 기록됐다. 양사의 시총 순위가 바뀌면서 에이피알은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화장품 업계 시총 2위에 올라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은 7조6918억원이다.

증권가는 에이피알이 올 2분기 매출 2916억원, 영업익 656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8%, 영업익은 101%나 늘어난 규모다. 올 1분기 에이피알은 매출 2660억원, 영업익 54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뷰티업계에선 이번 시총 역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그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이 확대됐지만, 최근엔 북미 시장이 주요 수출 대상으로 떠올랐다. 아모레는 일찌감치 사업 구조를 개선해 북미 시장 확대에 주력했지만, LG생건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LG생건 IR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매출은 1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비중은 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오른 1404억원으로 기록됐지만, 매출 비중은 9%로 중국(12%)에 못미쳤다.

에이피알은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에이피알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지난달 8일에서 11일까지 열린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메디큐브는 프라임데이 시작 전부터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랐고, 행사 기간엔 뷰티 부문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LG생건, ‘뷰티 디바이스’로 역전 노린다

에이피알이 자체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LG생건도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뷰티 디바이스 1위 기업은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뷰티 디바이스 누적 판매량은 40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해외 누적 판매량이 200만대를 돌파하며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에이피알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삼은 이유다.

LG생건은 최근 LG전자로부터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LG 프라엘’을 양수받았다. 프라엘을 양수한 LG생건은 ‘LG 프라엘 슈퍼폼 갈바닉 부스터’를 선보였다. 신제품은 9.5㎝, 무게 47g으로 휴대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를 론칭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LG생건은 화장품 전문 연구개발(R&D) 노하우를 뷰티 디바이스에 접목해 진일보한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겠단 방침이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 2018년 약 50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업계선 앞으로도 매년 평균 10% 이상 성장해 오는 2030년 시장 규모가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부터 중소형 뷰티 브랜드까지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에이피알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선도하고는 있지만 LG생건이 쌓아온 뷰티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바이스가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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