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뷰티 부문 실적 부진···3Q 영업손실만 588억원
이선주 사장 중심 재정비···사업 전략 재검토 진행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LG생활건강이 이선주 신임 사장을 대표직에 앉히며 새 전략 수립에 나섰다. 그간 LG생건은 일명 ‘차석용 매직’으로 외형 성장을 일궈왔지만 차 대표가 물러난 이후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생건의 앞으로 과제는 재정비를 통한 새로운 ‘이선주 매직’ 만들기다.
10일 LG생활건강은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선주 사장을 선임했다. LG생건은 기대했던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리더십 변화로 현재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선주 사장은 글로벌 및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30년간 몸담았다. 키엘과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낸 마케팅 전문가이자 경영인으로 통한다. 특히 한국에서 키엘 브랜드를 미국에 이어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성장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을 역임하면서 키엘을 랑콤에 이어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2위 브랜드로 도약시키고, 글로벌 매출 두 배 성장을 달성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LG생건이 직면한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한때 LG생건은 일명 ‘차석용 매직’이란 별명을 얻으며 실적 성장 흐름을 탔다. 그러나 2022년 차 대표가 물러난 이후 LG생건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생건은 올 상반기 매출 3조3027억원, 영업익 19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36.3% 줄어든 규모다. 특히 뷰티 부문 매출은 11.5% 줄어든 1조3127억원, 영업익은 70%나 급감한 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분기 LG생건은 매출 1조5800억원, 영업익 462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HDB(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은 성장했지만, 강도 높은 사업 효율화에 나선 뷰티 사업은 부진했다. 같은 기간 뷰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줄어든 2710억원, 영업손실은 58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날 LG생건 임시주총에서 의장을 맡은 이명석 CFO는 “LG생활건강은 글로벌 시장 및 소비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글로벌 리밸런싱 목표로 브랜드 및 채널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왔다”면서 “대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리브랜딩을 통한 중국 사업 반등, 비핵심 사업 효율화, 북미·일본 등 비중국 시장 대응력 제고, 해외 생활용품 사업 확대 등 일부 의미 잆는 성과도 거뒀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기대했던 만큼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당사는 리더십 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선주 사장은 로레알, 유니레버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은 물론 다양한 곳에서 국제 사업 및 전략을 담당했다. 엘엔피코스메틱에서는 미국법인 지사장을 역임해 북미 시장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LG생건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놨다는 것이다. LG생건은 뉴에이본과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미국 하이앤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 더크렘샵 등을 인수했다.
아직 LG생건이 투자 대비 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엔 LG전자의 프리미엄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LG 프라엘’ 브랜드를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G생건은 화장품-디바이스-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뷰티 인텔리전스 스킨케어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근 K-뷰티가 북미·인디 브랜드·뷰티 디바이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LG생건의 성장 불씨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재 LG생건은 이선주 사장을 주축으로 사업 전략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LG생건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사고 있다. LG생건은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이 1조1716억원, 총차입금은 2958억원에 달한다.
특히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와 같은 인디 브랜드 인수로 성장 흐름을 탄 만큼, LG생건 역시 적극적인 M&A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CFO는 이날 임시주총에서 “이선주 사장 선임 이후 LG생건의 향후 전략 방향, 브랜드 운영 방향, 미국·중국 등 지역별로 어떻게 차별화해 갈 것인지 등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의 재정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사업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 실적 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