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송호성 사장 “미국 가격 인상 계획 없어”
수입산 일괄 관세에 현지 생산력 강화하며 오히려 경쟁력 올라가
품질·디자인·성능 인정 받으며 브랜드 평판 상승···HEV·전기차 등 고수익 차종 확대
미국 수출 물량 인도·유럽·남미·동남아 등 우회 판매
김필수 교수 “관세 정책 영구적이진 않을 것”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현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강화하며 하이브리드(HEV), 전기차,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브랜드를 늘리고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미국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미국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장이며,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디자인, 기술, 서비스, 금융 프로그램을 비롯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 확대 정책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에 대비해 조지아주에 생산 거점을 짓고 현지 생산 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지은 조지아 공장(HMGMA)은 연간 30만대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로, 공장 신설로 그룹은 미국내에서 100만대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추가로 20만대를 증설해 120만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량이 총 171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현지에서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관세가 모든 수입차에 일괄 적용된 가운데, 현지 생산을 늘린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전보다 경쟁력이 오르게  됐다.

특히 미국 관세 정책으로 현실적으로 현지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현지 생산 차종 경쟁력은 더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상호 관세로 인한 미국 현지 물가 상승 등까지 고려하면, 현대차가 홀로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자동차 시장 전반적으로 자연스레 가격 상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입산 모델 뿐 아니라 현지 생산 제품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지 생산을 통해 수익성을 챙기면서 수출 감소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향후 미국에서 하이브리드(HEV)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HEV의 경우 고수익 차종이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수익성 피해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날 모빌리티쇼에서 “HMGMA 첫 생산 차종은 HEV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도 HEV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HEV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세계적으로 브랜드 명성이 올라가며 제값 받기에 성공한 가운데 향후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으로, 관세 충격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 ASP는 대당 3500만원 수준이었으며, 매년 100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 수출 다변화로 활로 모색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로 인해 어려워진 현지 수출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며 활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최근 인도, 동남아, 남미 등이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이에 발맞춰 자동차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수출 다변화가 가능해진 상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인도, 동남아 등에서 최근 빠르게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어 수출을 늘리기도 용이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모리 인도 총리와 만나 인도와 현대차그룹간 다각적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모리 인도 총리와 만나 인도와 현대차그룹간 다각적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현대차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 인구 1위 국가로 급부상하며 자동차 시장에선 일본을 제치고 3위까지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지 전략형 차종을 늘리면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추후 국내에서 생산한 차종을 인도에서 판매해 미국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관세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현지 점유율을 챙겨가는 것은 물론, 수출 물량을 유럽, 캐나다, 남미 등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정책도 영구적으로 이어지질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행정부 초기에 다른 국가와의 외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이며, 결국 미국 내 국민들 반발도 있어 추후 관세가 취소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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