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미국,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키로
현대차·기아 대미 수출 40% 넘는 상황에서 해법 고심
조지아 공장 신설 등 현지생산 체제 강화하며 피해 최소화···인도 등 신규 수요 창출 모색
GM, 대미 수출 95%인 상황에서 대응책 찾기 쉽지 않아···내수 부진에 신차 부재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보다 GM한국사업장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관세를 대비해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GM의 경우 판매 대부분이 미국 수출 물량이라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3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과 GM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대미 수출 중 자동차 비중이 가장 크다. 작년 한국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달러(한화 약 51조원)으로, 전체 자동차 수출(707억89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다. 작년 현대차는 약 64만대, 기아는 38만대를 미국에 수출하며 전체 수출량의 약 46%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선 관세 부과 시 현대차와 기아 영업이익이 약 11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관세 충격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열었다.
HMGMA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이어 미국내 세 번째 생산 거점으로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국내 1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으며, 추후 20만대를 증설해 120만대 규모까지 키울 방침이다.
작년 현대차그룹 현지 판매량이 171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현지에서 절반 이상을 담당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HMGMA 증설에 따라 현지 생산 비중을 기존 36%에서 44%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관세나 지역주의 흐름에 따라 현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현지에서 얼만큼 점유율을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북미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늘릴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인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을 키우면서 신규 수출길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관세 25%를 부과하는 것은 모든 자동차 기업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차피 출발선상은 같다”며 “GM, 포드 등 현지 기업들도 미국서 모든 물량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해외서 생산해 수입하는 모델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미국 대규모 투자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추후 상호 관세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달러(약 30조7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 GM, 북미 수출 말곤 돌파구 없어
반면 GM한국사업장은 관세 부과 시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작년 GM 한국사업장은 수출은 47만4735대로 전체 판매(49만9559대)의 약 95%를 차지했다. 사실상 수출 지역이 미국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쉽지 않다.
특히 주력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가격이 중요한 만큼, 관세로 인한 실질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악화가 예상된다.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셀토스 등이 장악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최근 국내 SUV 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모두 하이브리드 엔진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밀린다.
또한 국내에서 신규 생산 차종 계획도 없기 때문에 타개책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필수 교수는 “현재 한국 정부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GM 한국사업장이 관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며 “결국 GM 본사를 설득해서 트럼프 행정부에 압력을 가한다던지, 로비를 한다던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美 상호관세 대책, 현대차 방식 신중해야”
- 美, 對중국 조선·해운 견제 본격화···국내 업계 득실은
- 현대제철, 美 전기로 제철소 투자로 관세 폭풍 뚫는다
- 현대차그룹, 4년간 美 31조원 투자···“트럼프 정책 대응”
- 후진하는 한국 車 생산···내수 부진에 트럼프 위기까지
- 한국GM 쉐보레 전시장 4년새 반토막···“더 줄인다”
- “민관 대응만이 살 길”···美·EU, 철강 관세·물량제한 대책
- “쏘렌토 밀고 전기차 끌고”···내수 장악력 높이는 기아
- 관세폭탄에도 가격 동결 현대차···배경은 현지생산·HEV?
- 현대차 차세대 HEV “연비 높이고 전기차 강점 쏙”
- 지도 넓히는 중국 BYD···전기차 방지턱 만난 현대차·기아
- ‘VIP 車’ 에스컬레이드, 상품성 강화···캐딜락 실적 회복할까
- “관세에도 미국 못 놓쳐”···현대차·기아, 뉴욕서 신차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