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합병 통해 흑자전환
‘신성장동력’ 배터리 육성 위한 투자여력 확보
“통제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마련까지 구조조정”

서울 종로 SK서린빌딩. / 사진=SK
서울 종로 SK서린빌딩. /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그룹이 지난해 시작한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이 현재까지는 시장에서 ‘합격점’ 평가를 받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실적개선은 물론 비핵심 자산·사업 등의 매각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재무상황도 크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경영진은 계열·자회사 체력을 비축하는 동시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미래 성장에 대비하는 리밸런싱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을 중심으로 전 계열·자회사에서 진행 중인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했다.

SK는 계열·자회사 합병 및 매각, 사업부 조정 등의 구조조정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최태원 회장이 2023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7년 만에 서든데스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SK 관계자는 “그룹 리밸런싱의 핵심은 지속성장은 물론 미래를 담보할 신성장동력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제 가능한 범위까지 조정할 시기까지 재무구조 개선 등 리밸런싱 작업을 계속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는 SK온이 영위하는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육성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시설투자(CAPEX)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해 지난해말 완료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모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는 물론 석유 부문의 부진 등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로 인해 SK온에 투입할 자금여력이 부족해졌다. SK그룹은 현재까지 20조원이 넘는 투자금으로 SK온을 글로벌 10위권의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러나 사업 초기에 나타난 수율저조 및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등으로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해, 지속적인 설비 증설을 위해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물론 그룹 차원의 자금수혈이 필수인데, 이노베이션마저 적자전환하면서 재무구조를 단번에 개선할 ‘전환점’이 필요했다.

이 때 전환점으로 선택된 방안이 SK E&S와의 합병이다. E&S는 안정적인 실적이 담보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을 운영 중이어서 재무체력이 탄탄한 기업으로 꼽힌다. 양 사의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99억원을 달성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적회복에 재무구조 역시 개선되면서 SK온에 대한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비핵심자산 및 사업 매각으로 순차입금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23년말 84조원이던 SK그룹 순차입금은 지난해말 70조원 중반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주력 사업부문이 아닌 폐플라스틱 기업 ‘DY인더스·폴리머’를 매각했다. 특수가스 생산기업인 SK스페셜티의 지분과 SK렌터카 매각 사례처럼 올해도 과감한 선별 전략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사업 등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고강도 리밸런싱으로 SK그룹의 올해 영업이익은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며 “지주사 SK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33조원, 영업이익은 66.4% 늘어난 5조9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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